2010년 9월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 오픈. 당시 16세 아마추어였던 장수연(22·롯데·사진)은 2위 이정은에게 2타 앞선 1위로 경기를 마쳤다. 우승 축하 생수 세례까지 받은 그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려는 순간에 2벌타를 더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15번홀에서 골프백을 플레이 선상에 놓고 쳤다는 이유로 규정 위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눈물을 쏟아낸 장수연은 결국 연장에서 이정은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프로에 데뷔한 이후에도 장수연은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무너지며 세 차례 준우승에 그쳤다.
장수연이 10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에서 끝난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과거의 ‘불운’을 떨쳐 내며 프로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1개로 8언더파를 몰아친 그는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1위에 올랐다.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친 양수진(공동 2위·11언더파)과 17번홀까지 공동 선두였던 장수연은 18번홀에서 극적인 15m짜리 칩인 이글을 낚아 2타 차의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데뷔 이후 74개 대회 만에 우승의 한을 풀어낸 장수연은 “6년 전 준우승의 아픔은 생각하지 않고 이번 대회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샷을 할 때 골프백이 어디 있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6년 전과 달리) 내 앞에 놓여 있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장수연은 “아버지와 함께 다니면서 항상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좌절해 죄송한 마음이 컸다. 이 때문에 우승 확정 순간에 아버지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인 우승을 국내 첫 대회에서 달성한 장수연은 “상금왕을 목표로 더 많은 승수를 쌓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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