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마스터스 우승 대니 윌렛 “믿기지 않는 광란의 한 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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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회 마스터스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된 대니 윌렛(29·잉글랜드)은 자신의 우승을 ‘운명’이라고 설명했다.

윌렛의 마스터스 출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내 니콜의 출산 예정일인 11일이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한 달 전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 부부의 첫 아이가 (예정일보다) 빨리 태어나지 않는다면 대회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이 도와준 덕분일까. 니콜은 예정일보다 빠른 지난달 31일 아들을 순산했다. 올해 마스터스의 마지막 출전선수(89번)로 등록한 윌렛은 기쁜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극적으로 마스터스에 합류했지만 대회전까지 윌렛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4승을 거둔 그이지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7년 동안 22개 대회에 참가해 무관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달랐다. ‘아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낚으며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180만 달러(약 20억64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챙겼다. 마스터스 우승으로 세계 랭킹 9위가 된 윌렛은 “믿기지 않는 ‘광란의 한 주’였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아들의 탄생과 마스터스 우승이라는 두 가지 기쁨에 더해 또 하나의 기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우승을 차지한 날이 아내 니콜의 생일이었던 것. 윌렛은 “아들이 태어난 날부터 12일간은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들이었다. 내가 이뤄낸 많은 것들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빨리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성공회 사제인 아버지와 수학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윌렛은 어린 시절 형들에게서 골프를 배웠다. 당시 윌렛은 골프 연습장을 구하지 못해 양떼목장을 전전하며 샷 연습을 했다. 지난해 마스터스에 첫 참가했을 때 그는 “목장에서 연습을 하던 내가 마스터스에 초청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운명처럼 다시 한번 마스터스에 참가해 정상에 오른 윌렛은 1996년 닉 팔도 이후 20년 만에 마스터스를 제패한 잉글랜드 선수가 됐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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