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김주형’ 보는 KIA 김기태 감독의 시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3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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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주형.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주형.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김기태 감독, 실책에 “괜찮다. 감독도 실수한다” 격려
실수 만회 빛나는 공격력, 12일 SK전 2실책에 2홈런


“감독도 실수하는 게 많은데 괜찮죠.”

KIA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실험을 하나 했다. 장타력을 가진 내야수 김주형(31)에게 새 포지션을 준 것이다. 내야에서 수비의 중요성이 가장 크다고 말하는 유격수였다.

주로 3루수와 1루수를 본 김주형은 지난해 2루수와 외야수까지 경험한 적이 있다. 프로 13년차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자기 자리를 갖지 못하면서 잠재력을 모두 터뜨리지 못했다. 3루에 이범호, 1루에 브렛 필이 있기에 변신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유격수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김주형도 지난해 12월 결혼과 동시에 아내의 임신이라는 겹경사를 맞이하면서 야구가 더 절실해졌다. 절박한 마음으로 임한 스프링캠프에서 타격의 비약적인 성장과 유격수로 가능성을 봤다.

김 감독은 ‘정면으로 오는 타구만 잡아줘도 된다’며 김주형에게 부담을 지우려 하지 않았다. 지난해 팀타율 꼴찌(0.251)로 공격력 확보가 더 큰 과제였다. 특히 유격수는 완벽히 쉬어가는 타순이었다. 김주형의 유격수 변신은 KIA에게도 절실했다.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 김주형은 큰 실수 없이 유격수로 연착륙하는 듯 보였다. 3루에서 보여주던 수준급 수비력이 유격수 포지션에서도 나오는 듯했다. 그러나 10일 수원 kt전에서 실책 2개에 또 다른 실책성 플레이까지 범하면서 경기를 지배했다. 평범한 송구를 실수한 것을 시작으로 소위 ‘손이 말리는’ 현상이 나온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김주형에게 유격수를 맡겼다. 선수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었다. 12일 문학 SK전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은 “앞으로도 (실책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웃었다.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란 말에는 김주형의 실책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이 있었다. 김 감독은 “괜찮다. 마무리투수도 블론세이브를 7개 정도 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나오는 것 아닌가. 시즌을 치르면서 감독도 실수하는 게 많다. 매일 복기할 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주형에 대한 김 감독의 시선은 따뜻하기만 하다. 김 감독의 야구관과도 맞닿아있다. 그는 “투수는 1점을 안 주려고 하다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타자들도 한 번에 많은 점수를 내려 하면 안 나온다. 수비도 마찬가지”라며 생각이 앞서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대신 실수로 인해 또 다른 실수가 나오는 건 막아야 한다. 김주형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실수가 나왔을 때) 신경을 안 써야 하는데 쉽지 않다. 실책이 나오니까 계속 힘이 들어가더라”며 아쉬워했다.

12일 경기에서도 실수는 나왔다. 첫 타구는 잘 처리했다. 2회말 SK 헥터 고메즈의 타구가 갑자기 높게 튀었으나 부드러운 핸들링으로 낚아냈다. 그러나 3회 선두타자 조동화의 유격수 앞 땅볼 때 포구 뒤 송구로 이어지는 동작에서 공을 떨어뜨리며 첫 실책을 범했다. 5회에도 고메즈의 땅볼 타구를 원바운드로 송구해 1루수 필이 포구에 실패해 2번째 에러가 나왔다. 필의 처리가 아쉬웠으나,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원바운드 송구가 나올 정도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김주형은 타석에선 위축되지 않고 화력을 뽐냈다. 김 감독이 바라는 그 모습이었다. 2회초 선제 솔로홈런에 이어 4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솔로포를 터뜨렸다. 올 시즌 첫 번째이자 KBO 역대 810호 연타석 홈런이었다. 김주형 개인으로는 3호. 2013년 5월 23일 광주 한화전 이후 1055일 만에 연타석 홈런의 손맛을 봤다.

5-6으로 뒤진 6회 무사 1·2루에선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 역전의 발판을 놨다. 7-6으로 역전된 7회 1사 1·2루서도 우전 안타로 만루 찬스를 이어갔다. 홈런 2개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 그의 공격력은 수비 실책보다 더욱 빛나고 있다.

경기 후 김주형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최근 경기에서 계속 실책을 범하면서 스스로 위축이 됐는데 결국은 내가 이겨내야 한다. 앞으로 수비 연습을 더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타격에서는 페이스가 상당히 좋은데 지난 캠프 기간 손목 쓰는 요령을 알았고. 스윙을 짧게 하다 보니 정확성이 높아진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공격력을 보이면서 수비 문제를 이겨내야 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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