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희귀종이 등장했습니다. 주인공은 삼성 임현준(28·사진). 그는 왼손잡이 투수지만 언더핸드에 가까운 폼으로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입니다. 딱 한 타자만 상대하고 퓨처스리그(2군)로 내려갔지만 임현준은 올해 프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1군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 왼손 사이드암이 희귀종인 이유
임현준 이전에도 왼손 사이드암 투수는 문자 그대로 극소수였습니다.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도 두산에서 뛴 김창훈(31)과 쌍방울,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한 최한림(45) 정도가 1군 마운드에 족적을 남겼을 뿐입니다. 왼손 사이드암 투수가 이렇게 드문 이유는 뭘까요?
제일 큰 이유는 사이드암 투수는 반대쪽 타자에게 약하기 때문입니다. 2013∼2015년 프로야구에서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는 오른손 타자를 OPS(출루율+장타력) 0.745로 막았지만 왼손 타자에게는 OPS 0.831로 약했습니다. 통산 OPS를 기준으로 하면 한화 이성열(32)이 넥센 채태인(34)으로 변하는 수준입니다.
같은 이치로 왼손 사이드암 투수는 오른손 타자에게 약하리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워낙 성적이 좋아 나무랄 수는 없지만 김창훈의 2012년 기록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왼손 타자들은 이해에 김창훈을 상대로 타율 0.097(31타수 3안타)에 그쳤지만 오른손 타자들은 두 배 가까운 0.176(34타수 6안타)을 기록했습니다.
또 야구에서는 오른손 타자가 왼손 타자보다 더 많습니다. 당연히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가 왼손 타자를 상대하는 경우보다 왼손 사이드암 투수가 오른손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타석이 더 많을 겁니다. 그러니 오른손 사이드암보다 왼손 사이드암이 더 불리하겠죠.
○ 좌파 전성시대
그런데 저는 ‘왼손 사이드암 투수가 좀 늘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왼손 타자가 참 많아졌거든요. 지난해 프로야구 전체 타석 중 40.1%를 왼손 타자가 책임졌습니다. 이 비율이 40%를 넘은 건 프로야구 34년 역사상 처음이었습니다. 프로 원년(1982년)에 이 비율은 13.4%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좌파 전성시대가 찾아온 건 ‘만들어진 왼손 타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던질 때는 오른손으로 던지지만 칠 때는 왼쪽 타석에 들어서는 우투좌타가 늘어난 겁니다. 20년 전인 1996년에는 전체 프로야구 선수 중 우투좌타는 476명 중 10명(2.1%)이 전부였습니다. 2005년에는 21명(4.4%)으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올해는 86명(14.0%)입니다.
왼손 투수가 던진 비율도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였습니다. 왼손 타자가 늘면 왼손 투수가 던지는 경우도 늘고, 줄면 줄어든 겁니다. 그래도 왼손 투수는 늘 부족합니다. 치는 손을 바꾸는 것보다 던지는 손을 바꾸는 게 훨씬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차피 이미 있는 왼손 투수를 살려 써야 할 테고 사이드암 전향도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아직 성공한 왼손 사이드암 투수가 없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114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벌인 기요카와 에이지(55·현 세이부 2군 코치) 같은 성공 사례가 종종 나타납니다. 사회적으로 좌파는 스스로를 진보 세력이라고 부르는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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