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타격 강화 위해 유격수로 변경… 홈런 4, 타율 0.382
공격 공헌도 큰데… 어설픈 수비 많아 팀 전체에 악영향
유격수는 공격보다 수비가 더 중요… 감독 신뢰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
‘득일까 실일까?’
올 시즌 유격수로 수비 포지션을 바꾼 KIA 김주형(31·사진)을 보면서 드는 궁금증이다. 지난 시즌 팀 타율 최하위(0.251)에 그쳤던 KIA는 특히 유격수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지난 시즌 KIA의 유격수 타율은 10개 구단 최하위인 0.195로 사실상 ‘쉬어가는 타순’에 가까웠기 때문. 이에 김기태 KIA 감독은 꾸준히 타격 능력을 인정받아 온 데다 고교 시절 유격수 경험이 있는 김주형을 새로운 유격수 자원으로 택했다.
김주형이 유격수를 맡는다는 말에 주변에서는 공격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수비에서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김주형은 그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를 모두 현실로 만들었다. 13일까지 김주형은 9경기에서 홈런 4개, 실책 4개를 기록하며 두 부문에서 모두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른바 ‘김주형 때문에 웃고 김주형 때문에 우는’ 경기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김주형을 유격수로 보내며 드러난 성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김주형은 9경기 동안 홈런 4개, 타율 0.382 등을 기록하며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0.751로 전체 8위를 차지하고 있다. 10개 구단 유격수 중 최고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이 9개(2013년)인 김주형이 개막 후 보름도 안 돼 홈런 4개를 터뜨린 건 유격수로서의 책임감이 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올 시즌 김주형은 스윙이 간결해지면서 타격 정확도가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수비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손실은 생각보다 크다. 실책 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미숙한 플레이가 적지 않다. 프로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Statiz)’에 따르면 김주형은 13일까지 총 9차례의 병살 처리 기회 중 4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타구 코스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같은 기간 삼성의 유격수 김상수가 5번 중 3번 병살 처리를 한 것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크다. 그는 자신에게 온 42개의 타구 중 실책 4개를 범하고 내야안타 4개를 내줬다.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내야의 핵심인 유격수가 흔들릴 경우 다른 내야수는 물론이고 투수의 사기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수비 부진이 이어지면 자칫 본인의 타격 슬럼프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홈런 추세가 시즌 내내 이어지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사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이승엽 56개)을 경신하기보다 최다 실책 기록(1986년 유지훤 31개)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김주형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보며 문득 홈런왕 포수 출신인 박경완 SK 배터리코치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올해 초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박 코치는 공수에서 고른 활약을 요구받는 팀의 주전 포수 이재원을 언급하며 “고민을 할 때는 늘 기본(수비를 의미)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김주형 역시 귀 기울여 볼 법한 이야기다.
시간도 마냥 그의 편이지는 않다. 당장 올 시즌 말에는 팀의 주전 유격수였던 김선빈이 군 제대 뒤 복귀할 예정이다. 김 감독 역시 김주형의 실책에 “괜찮다”며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수비 능력을 해결하지 않고 타격에만 의지한다면 언제까지 김 감독의 신뢰가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단점을 보완하지 않은 채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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