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대타 끝내기 홈런의 의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5일 05시 45분


시애틀 이대호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의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전에서 2-2로 맞선 10회말 대타로 나와 끝내기 2점홈런을 날렸다. 그라운드를 돌고 나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이대호(맨앞 가운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시애틀 이대호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의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전에서 2-2로 맞선 10회말 대타로 나와 끝내기 2점홈런을 날렸다. 그라운드를 돌고 나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이대호(맨앞 가운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 156km 통타 시즌 2호포
2. 홈 5연패 끊고 첫승 선물
3. 팀 최초 루키 대타 끝내기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끝내기 홈런은? 꽃 중의 꽃이다. 그럼 대타 끝내기 홈런은? 극강의 짜릿함이다. 메이저리그가 이대호(34·시애틀)의 대타 끝내기 홈런 한방으로 들썩였다. 이대호의 한방은 빅 리그 150년 역사에 새롭게 기록될 순간이었다.

이대호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와 홈경기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말 2사1루에서 애덤 린드 대신 타석에 들어서 왼손 투수 제이크 디크먼을 상대했다. 디크먼은 시속 156km의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고, 이대호는 정확한 타격으로 왼쪽 펜스를 넘기는 2점 홈런을 때렸다. 시즌 2호홈런.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한 방이었다. 먼저 시애틀은 이날 경기 전까지 홈 5연패의 수렁에 빠져있었다. 이대호는 홈 팬들에게 홈구장 시즌 첫 승을 선사했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이대호는 만 33세로 1950년 만 35세였던 루크 이스터(클리블랜드) 이후 최고령 신인 끝내기 홈런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시애틀 구단 역사상 루키 시즌에 대타 끝내기 홈런을 친 선수는 이대호가 처음이다. 시애틀에서 역대 대타 끝내기 홈런도 이대호가 3번째일 정도로 진기록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통틀어 이대호가 대타 끝내기 홈런을 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우 중요한 순간 대타로 출장했지만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타자출신답게 차분하게 승부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빠른 공이 강점인 디크먼은 이대호를 상대로 초구 156km 투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에 꽂으며 과감한 승부를 했다. 이대호는 초구를 그대로 지켜봤고, 2구 153km 투심이 다시 존에 들어오자 배트를 휘둘러 파울을 만들었다. 볼카운트는 순식간에 0B-2S. 타자가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디크먼은 망설임 없이 3구째도 156km의 투심을 던졌다. 이대호는 노렸다는 듯 강한 타구를 받아쳐 홈런을 만들어 냈다.

홈런을 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그라운드를 돈 이대호는 경기 후 미국언론과 인터뷰에서 “팀 5연패를 끊어서 무엇보다 기쁘다. 한 번 봤던 투수라서 변화구보다 빠른 볼 승부에 집중했다.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상대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홈으로 들어가면서 환영 나온 동료들이 많이 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익살스러운 소감을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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