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3·넵스·사진)과 김지영(20·올포유)이 연장전을 치른 18번홀(파4) 그린. 김지영의 2m 파 퍼팅이 홀을 1m 남짓 지나간 반면 박성현은 20cm 거리의 짧은 파 퍼팅을 남겨두고 있었다. 박성현은 짧은 거리였지만 챔피언 퍼팅을 위해 바로 홀아웃을 하지 않고 볼 마크를 한 뒤 공을 집었다. 잠시 후 김지영은 보기 퍼팅을 하고 나서는 갑자기 박성현의 볼 마크를 집어 들었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컨시드’(일명 OK)를 준 것이었다. 현장에서는 규칙 위반을 둘러싼 논란까지 일었다.
처음 겪는 상황에 난감한 표정을 보이던 박성현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경기위원의 지시에 따라 다시 공을 그린 위에 올려놓고 챔피언 퍼팅을 마쳤다. KLPGA 관계자는 “‘골프 규칙 33조 6/3에 따르면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의 대회라도 두 선수의 연장전에서 한 선수(김지영)가 패배를 시인할 경우 다른 선수(박성현)가 승자로 인정받기 위해 플레이를 끝마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박성현은 굳이 홀아웃하지 않아도 되지만 챔피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퍼팅을 권했다는 것이다. 김지영은 “아마추어 때 상대 선수가 볼 마크를 집어준 적이 있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솔직히 당황했다. 그 선수도 긴장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나도 지난해 첫 연장전에서 무척 떨어 패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희한한 경험으로 해피 엔딩을 마감한 박성현은 17일 안산 아일랜드골프장(파72)에서 끝난 KLPGA투어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 시즌 처음으로 2승째를 거뒀다. 박성현은 최종 합계 4언더파 212타로 김지영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이겼다. 우승 상금 1억6000만 원을 받아 상금 랭킹 선두(2억8952만 원)에 나섰다. 이번 대회는 박성현의 올 시즌 국내 무대 데뷔전이었다. 박성현은 “시즌 목표인 5승 가운데 2승을 채웠다. 지난해보다 한층 성숙한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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