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나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시간이 있다면 나는 55분은 문제점을 파악(생각)하는 데 쓰고, 단 5분만 해결책을 찾는 데 쓰겠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남긴 명언이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결코 좋은 답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프로야구 한화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17일 5연패를 당하면서 시즌 2승 11패(승률 0.154)라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사진)은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며칠 밤을 뜬눈으로 보냈다. 경기 중(14일 두산전) 어지럼증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을 만큼 자신을 혹사시키며 답을 갈구했다. 그렇게 찾아낸 키워드가 공교롭게도 ‘혹사’였다. 지난해부터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를 불문하고 투수를 총동원했던 무리한 마운드 운용. 그 혹사의 후유증이 올해 연패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김 감독은 “이제는 잡지 못할 경기라면, 대패를 하더라도 투수를 쉬게 하겠다. 멀리 보겠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김 감독으로서는 하기 쉽지 않은 말이었다. 그는 평생을 ‘혹사 논란’과 싸워온 지도자다. 무리한 기용에 대해 비난이 일 때마다 “육체적인 한계는 정신력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며 굳세게 맞섰다. 30여 년간 그랬고, 그 방식으로 성공 신화를 써왔으니, 진리라고 믿을 만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후유증을 절감하면서 노선까지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말 혹사가 문제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한화의 성적은 개선될 것이다.
그런데 야구계는 이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혹사보다 ‘불통(不通)’이 근본 문제라고 진단한다. 한 야구인은 “한화에는 김 감독의 ‘절대권력’밖에 없다. 김 감독이 지시를 내리면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낼 수 없다. 혹사도 그래서 심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 감독에게 투수들의 휴식을 자주 건의했던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 코치가 1년 만에 그만뒀다. 올해 새로 가세한 고바야시 세이지 코치는 급기야 아홉 경기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3할 타자’인 김경언의 2군행에 대해선 ‘김 감독의 타격 폼 수정 지시를 거부한 게 이유였다’는 수군거림이 끊이질 않는다.
가뜩이나 소통(疏通)이 부재한 곳에 소통령(小統領)이라는 단어까지 자주 오르내리면서 위기설을 키우고 있다. 김 감독이 대통령이고, 그의 아들인 김정준 한화 전력분석 코치가 그 다음 권력자인 소통령이라는 것이다. 김 코치는 전력분석 전문가로 각 분야 코치를 돕는 게 주 업무인데, 오히려 코치들을 주도하려고 한다는 게 풍문의 내용이다.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땅에 떨어져 있다. 눈치만 보고, 몸을 사리고 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분위기”라며 한화가 쉽게 반등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야구장 주변을 휘감고 있다.
김 감독은 17일 5연패 뒤 안방구장에서 특타(특별 타격훈련)를 실시했다. 기존의 방식대로 훈련으로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팀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변화가 불가피하다. 야구계의 지적대로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총체적인 위기 국면에서 야신(야구의 신)이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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