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기로 10년 넘은 우정 두 선수
조, 대학땐 친구가 싼 김밥맛에 매료… 요즘은 물오른 방망이 실력에 흐믓
조 “병규의 강해진 모습 자극제 돼”… 이 “옛날 손맛 살려 잘하고 싶어요”
프로농구 kt의 주장 조성민(33)과 프로야구 LG의 4번 타자 이병규(33)는 한양대 동기다. 대학 새내기 때 처음 만나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며 정이 들었다.
2006년 LG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이병규는 2010년 103경기에서 타율 0.300을 기록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부침이 있었다. 한 해 성적이 좋으면 이듬해에는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1, 2군을 오르내렸다. 조성민은 주전 문턱에서 자주 미끄러졌던 친구가 안타까웠다. 올 시즌 이병규는 타율 0.306, 홈런 3개, 10타점으로 출발이 좋다. 19일 현재 홈런 5위, 장타력 7위(0.611)다.
조성민은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병규밖에 안 보인다. 대학 시절 멋 안 부리고 성실했던 친구라 꼭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었다”며 “시즌 내내 4번 타자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대학 시절 야구부는 1, 2학년 선수들이 아침에 직접 싸온 김밥을 들고 훈련을 나갔다. 특히 병규가 우엉을 듬뿍 집어넣고 싼 김밥은 맛이 예술이었다”며 “요즘 손목을 가볍게 돌려 타구를 멀리 보내는 것을 보면 김밥을 자유자재로 말던 그때 손목의 유연성과 힘이 나오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병규도 “내가 김밥을 마는 속도는 웬만한 김밥 전문점 아주머니들보다 빠를 것”이라며 “대학 시절 손맛을 살려 올 시즌 잘해 보고 싶다”고 맞장구쳤다.
이병규의 활약은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조성민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조성민은 “덩치도 커지고 힘과 유연성이 좋아진 병규를 보니 나도 몸 관리를 더 잘해야겠더라”고 말했다. 조성민은 최근 전문 강사들로부터 매주 2차례 필라테스 지도를 받으며 근력과 유연성을 보강하고 있다.
이병규 역시 ‘조성민’이라는 존재가 든든하다. 이병규는 “아는 농구 선수는 조성민뿐”이라며 “성민이의 승부사 기질을 늘 부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이병규는 “대학 때 성민이가 몇 번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야구에는 소질이 없었다. 야구부 선배와의 자유투 내기에서도 성민이가 졌다”며 장난처럼 말했다. 조성민은 프로농구 역대 최다 연속 자유투 성공(56개) 기록을 갖고 있다. 이병규의 ‘도발(?)’에도 조성민은 “병규가 말도 없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이제는 프로야구 무대에서 가장 튀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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