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통산 100승’의 고지를 넘은 투수는 25명뿐이다. 수준급 선발투수의 잣대가 ‘10승’인 것을 감안할 때 100승은 전성기급 기량을 10년 동안 유지해야 기록할 수 있는 셈이다. 류현진은 2012년 9승9패에 그치며 98승(190경기)에 만족한 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SK의 에이스 김광현은 19일 경기에서 6이닝 동안 2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돼 통산 100승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반면 두산의 장원준은 같은 날 똑같이 6이닝 동안 2실점하고도 승리투수가 돼 100승에 1승만 남겨두게 됐다. 두 선수는 송진우 KBSN 해설위원과 장원삼(삼성)을 잇는 3번째 ‘좌완 100승 투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김광현에게 미소를 띄웠다. 두 선수의 다음 등판 예정일은 24일 일요일. 장원준이 등판하는 잠실 경기는 ‘선데이 나잇 베이스볼’로 지정돼 오후 2시가 아닌 오후 5시에 시작된다. 따라서 오후 2시에 등판하는 김광현이 먼저 100승 고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좌완 1호 100승 기록 보유자인 송 위원은 “우리 때는 왼손으로 공 던지면 ‘쌍놈’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좌완 전성시대가 됐다(웃음)”고 말했다. 어렸을 때 왼손잡이라 부모님께 많이 혼났다는 송 위원은 어른들의 성화로 글씨만은 오른손으로 쓰고 있다. 장원삼, 장원준, 양현종(KIA)도 같은 사정으로 글씨만 오른손으로 쓴다. 반면 원래 오른손잡이인 김광현이 왼손으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공 던지는 일 뿐이다.
1987년 ‘1호 100승 투수’가 된 김시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은 186경기 만에 100승을 달성해 ‘최소 경기 100승’ 기록도 갖고 있다. 김 위원은 “로테이션 개념이 없던 그 시절에는 3일 쉬면 나가 던졌다. 워낙 많이 던졌으니 승리도 많이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요즘 그러면 난리 난다”며 웃었다.
만 38세 9개월 때 승리투수가 되며 최고령 100승 기록을 세운 이상군 한화 투수코치는 “그날 상대 LG의 선발이 김용수 선배였는데 다음날 신문기사에 두 선발투수 나이 합이 80살이라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며 “사실 선발로 나갈 게 아니었다. 플레잉 코치를 하며 중간계투로 나가던 시절인데 당시 계형철 코치가 100승은 선발로 나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 선발 등판했다. 그게 마지막 선발등판이었다”고 회상했다. 계형철 한화 육성군 코치는 “(이상군에게) 통산 몇 승했냐고 하니 96승 했다고 하기에 100승은 채워야하지 않겠냐고 했다. 은퇴하고 코치한 지 3년이나 됐을 때 일이다”고 말했다.
100승 고지 앞에서 ‘아홉수’가 가장 길었던 선수는 이상목(전 삼성)이었다. 99승 달성 이후 8경기 동안 3패만 떠안았던 그는 결국 9번째 도전에서 100승을 일궜다. 당시 그의 100승의 1등 공신은 3회초 3점 홈런을 날린 채태인(넥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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