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국인투수 메릴 켈리(28)가 4번째 도전 끝에 첫 승에 성공했다. 그동안 받지 못했던 팀 타선의 득점지원까지 듬뿍 받으며 모처럼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켈리는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앞선 3경기에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켈리는 이날 6이닝 5안타 6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팀이 9-1로 대승을 거두며 첫 승을 신고했다. SK 타선은 시즌 6호, 팀 1호 선발전원안타로 켈리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첫 승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토종 에이스 김광현에 이어 2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켈리는 2일 문학 kt전에서 6이닝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으나, 3-3 동점 상황에서 강판돼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8일 문학 LG전에선 8이닝 2실점 역투를 펼쳤으나, 또 다시 득점지원을 받지 못하며 2-2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공교롭게도 2경기 모두 SK는 연장 10회말 끝내기 승리(4-3, 3-2)를 거뒀다.
14일 문학 KIA전에서 6.1이닝 4실점으로 흔들린 켈리는 팀 타선이 7회말 4득점하면서 패전을 면했다. 팀은 또 9회말 7-6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켈리는 웃지 못하는데 팀만 웃는 상황이 계속 됐다.
이날 경기는 달랐다. 넉넉한 득점 지원 덕에 팀과 켈리 모두 웃을 수 있었다. SK는 1회말 박재상의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박정권의 적시 2루타로 2-0으로 앞서갔다. 3회 정의윤의 적시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2점을 추가한 SK는 4회에도 3연속 안타로 6-0으로 도망갔다. 6회에도 넥센의 연속 실책에 편승해 2득점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켈리는 팀의 2위 자리를 위협하던 넥센을 만나 변함없는 호투를 펼쳤다. 최고 150km의 직구(27개)에 볼끝이 좋은 투심패스트볼(16개)과 컷패스트볼(18개) 같은 변종 직구를 효과적으로 섞었다.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15개)과 커브(9개)도 효과적이었다. 6회까지 투구수는 85개로 여유가 넘치는 하루였다.
경기 후 켈리는 “매커니즘, 타이밍 등 시즌 들어 가장 좋은 투구였다. 야수들의 활발한 득점 지원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내가 등판한 날 득점 지원이 빈약하다고 하는데 야구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포수 이재원과는 작년 후반기부터 호흡을 맞추면서 소통이 원활해 믿고 던지고 있다.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