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됐던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 넥센에서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던 박병호(30)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로 떠난 뒤, KBO리그의 토종거포가 공백지대로 남은 상황이다. 홈런 판도를 보면 LG 히메네스(8개), 두산 민병헌(5개), 넥센 박동원(4개) 등 거의 예상하지 못한 선수들이 올라와있다. 투수친화적인 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타자들이 많아 더 의외다. 히메네스를 제외하면 외국인타자 중에서도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는 선수가 없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단언하기 어렵지만 박병호의 시대처럼 50홈런 이상으로 홈런왕을 차지하는 선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증거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움직임이다. 누구보다 KBO리그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들의 시선에서 타자들은 빠져 있다. 메이저리그의 모 팀은 아예 ‘한국지사’를 철수시켜버렸다. ‘박병호 이후 당분간은 KBO에서 볼만한 선수가 없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이다.
KBO는 외부에 타고투저형 리그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KBO를 평정하지 않은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투수를 포함해도 KBO를 지배한 류현진(LA 다저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했다.
물론 최정 정의윤(이상 SK) 강민호(롯데) 최형우 이승엽(이상 삼성) 등 장타자가 건재하다. KIA 김주형, 두산 오재일처럼 이제야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한 타자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박병호 같은 압도적 임팩트를 주는 토종 거포를 바라기는 어렵다. 외국인타자들마저 생각보다 바람이 강하지 않아 홈런왕 판도는 춘추전국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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