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2위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3라운드에 나선 박성현(23·넵스·사진)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8번홀까지 1타를 잃어 김해림 등과 공동 선두가 됐기 때문. 박성현이 침체된 분위기를 바꾼 것은 9번홀(파5)이었다. 핀까지 69m가 남은 상황에서 박성현이 58도 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은 그린에 튕기지도 않고 곧바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 환상적인 이글을 낚은 박성현은 단숨에 단독 선두(9언더파)를 탈환했다. 묘기에 가까운 샷을 선보인 그는 한 손을 번쩍 들어 갤러리의 환호에 답했다.
박성현은 24일 경남 김해 가야골프장(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3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쳐 최종 합계 8언더파 208타로 정상에 올랐다.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3승을 낚은 박성현은 올 시즌 자신이 출전한 KLPGA투어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승률 100%를 기록했다. 경기 후 박성현은 “9번홀 이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성현은 “우승을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9번홀에서 단독 선두로 나서고도 후반에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컨디션이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다. 그는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할 경우 김민선, 조정민(이상 공동 2위·7언더파)과 연장전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박성현은 4m짜리 파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힘겹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박성현은 “퍼트가 들어가지 않아도 연장에서 이기면 된다고 생각을 가졌더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KLPGA투어 다승왕과 상금왕을 휩쓴 전인지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무대에 진출한 뒤에 KLPGA투어에서는 박성현이 독주 체제를 갖췄다. 이날 우승 상금 1억 원을 챙긴 박성현은 상금(3억8952만5000원), 대상 포인트(150점), 평균 타수(68.78)에서 모두 선두를 달렸다. 시즌 5승을 목표로 했던 박성현은 “일단 5승을 달성한 뒤에 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부터 거침없이 승수를 쌓고 있는 박성현은 KLPGA투어 한 시즌 최다승 기록(신지애·9승)과 최다 상금 기록(김효주·12억890만 원) 경신에 도전할 기반을 마련했다. 다른 사람과 같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의 ‘남달라’가 별명인 박성현. 자신의 캐디백 이름 밑에도 ‘남달라’라는 글자를 새겨 놓은 그가 올 시즌에 KLPGA투어의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