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욱-정현석 암 극복스토리 감동… 수술 견딘 선수 귀환 박수 보내지만
송창식 나올때마다 팬들 “눈물난다”, 왠지 ‘열정페이’ 떠올리게 하는 건…
스포츠는 ‘육체적 탁월함’에 바탕을 둔다. 올림픽도 그 탁월함을 표현하고 겨루기 위해 창안됐고, 그 구호도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다. 그런데 세상은 육체가 빚어낸 기량만 보지 않았다. 오히려 고난을 극복하고, 운명에 맞선 이들의 ‘인격적 탁월함’에 더 열광했고, 그들을 영웅으로 불렀다.
2016 프로야구는 한 편의 영웅 서사시다. LG 정현욱이 그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민노예’로 불릴 만큼 건강했던 정현욱은 2014년 위암 선고를 받고 위를 95%나 도려냈다. 수술 후 몸무게가 20kg이나 줄었고, 공을 던질 힘도 사라졌다. 그래도 그는 마운드에 올랐다. 묵직한 직구를 던지던 ‘육체적 탁월함’은 이젠 사라졌다. 하지만 오히려 느린 공이 초인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역시 위암을 극복한 한화 정현석의 스토리가 다음 페이지에 위치한다. 대장암을 이겨내고 곧 출격할 NC 원종현의 무용담도 개봉박두다. 암은 아니지만 숱한 수술을 이겨낸 한기주, 곽정철(이상 KIA)의 귀환도 감동적이다. ‘1668일 만의 선발승’, ‘1792일 만의 세이브’ 등의 기록에는 5년간의 악전고투와 인간승리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런데 유독 한화 송창식 편은 다른 뉘앙스로 채워지고 있다. 송창식도 한때는 영웅이었다. 2008년 훈련 중 갑자기 손가락 감각이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 병의 정체는 버거병(폐쇄성 혈전혈관염)이었다. 심하면 사지를 절단해야 하는 무섭고, 희귀한 병이다.
당시 의료진은 그가 야구선수로 복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고, 한화는 2008년 송창식을 임의탈퇴로 내보냈다. 송창식은 운명과 정면으로 맞섰다. 모교 세광고로 돌아가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병마와 싸웠다. 2009년 여름. 사라졌던 손가락 감각이 갑자기 돌아왔다. 2010년 입단테스트를 받고 한화에 다시 입단하면서, 그는 인간승리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영웅 송창식은 이제 불행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혹사의 상징이 된 것이다. 올 시즌 하루건너 등판하면서 9경기에서 16이닝을 넘게 던졌다. 혹사가 심하다는 한화 불펜에서도 가장 많이 던졌다. 그의 등판은 팬들에게 불편한 일이 됐다. “송창식이 나올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팬들은 말한다.
그는 아직도 관리가 필요한 선수다. 그리고 그 꽃은 아직 만개하지도 않았다. 팬들이 더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송창식은 “괜찮다”고만 말한다. “야구가 소중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팬들은 버거병을 통해 얻은 열정이 오히려 착취되는 ‘열정페이’를 떠올리고 있을 뿐이다. 왜 하늘은 송창식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을 준 것일까. 팬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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