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홈런에 첫 4안타 경기까지 시즌 초반 4할 맹타…이적생 신화 “난 아직 하루살이…열심히 뛰어야”
지난해부터 KIA의 팀 기조는 ‘리빌딩’이다. 투타에 걸쳐 기존 주축선수들에 젊은 선수들을 섞는 ‘건강한 리빌딩’을 진행 중이다. 자연스럽게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세대교체를 대비하는 가장 바람직한 리빌딩 방법이다.
이를 위해 선수 자원이 많아야 한다. 지난해 KIA는 총 58명의 등록선수가 경기에 나섰다. 10개 구단 중 경기당 평균 14.02명을 써 경기당 야수 사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등록선수 대부분을 1군에서 쓴 셈이다.
사실 이러한 배경엔 ‘가능성 확인’이라는 긍정적 신호와 함께 ‘전력 부족’이라는 처절한 현실도 있었다. 그래도 장차 1군 전력이 될 선수들을 다수 발굴해냈다는데서 위안을 삼을 만했다.
실제로 시즌 전 주전 중견수 자리를 놓고 지난해 수비로 두각을 드러낸 김호령(24)과 한화에서 트레이드된 오준혁(24) 등이 경합을 펼쳤다. 여기에 노수광(26)이 최근 가세했고, 경쟁자들이 2군에 내려간 사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노수광은 27일까지 13경기서 타율 0.400(40타수 16안타)·1홈런·5타점·10득점·4도루로 활약 중이다. 타고난 스피드와 넓은 수비범위, 악바리 근성, 여기에 타격 실력도 갖춰가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롯데와의 3연전에서 폭발했다. 유독 ‘첫 경험’도 많았다. 23일 경기에선 데뷔 첫 홈런을 날렸고, 24일엔 한 경기 개인 최다인 4안타 경기를 펼쳤다. 노수광은 “지금은 내가 아닌 것 같다. 작년에 트레이드되고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청주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13년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노수광은 지난해 오준혁과 함께 한화에서 4대3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당시 함께 건너온 유망주 유창식(24)과 베테랑 김광수(35) 등 투수 2명에게 가려져 있었지만, KIA는 트레이드 당시 군 문제를 해결한 2명의 외야수들에게 주목했다. 팀의 외야진을 이끌어갈 미래들이었기 때문이다.
개막 전만 해도 오준혁과 김호령이 노수광보다 앞서 있었다. 각각 공격과 수비에 강점이 있기 때문. 그러나 지금은 9일 콜업된 노수광만이 1군에 남아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경쟁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낄만한 활약이다.
노수광은 최근 활약에 대해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타석에서 생각을 비우는 게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 아직 주전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준비하고 노력할 뿐”이라고 밝혔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그리고 2군에서도 노수광은 타격 시 타이밍을 여유 있게 잡는 훈련을 해왔다. 타격폼 수정을 연구하면서 주변에 조언도 많이 구했다. 일본야구 경험이 있는 이범호를 비롯한 산전수전 다 겪은 선배들이 모두 스승이다. 그는 “2군에서 결과가 좋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1군에서 밀어붙였다. 조금씩 내 것이 생기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하루하루가 실감이 나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노수광은 “아직은 목표가 없다. 그런 건 정하지 못했다. 아직 난 하루살이 같다. 하루하루 열심히 뛰고, 안 되는 게 있음 빨리 잊고 연습하는 게 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