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기자의 와인드업]두산 보우덴, 스플리터가 보우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7일 03시 00분


4경기 4승… 26이닝 4실점 호투… 2015년 트리플A 스플리터 9.7% 사용
두산선 18%로 늘어 결정구 톡톡… 각도변화 커져 땅볼유도 투수 진화

프로야구 두산이 올 시즌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데는 외국인 선발 투수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올 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은 보우덴(사진)의 활약은 에이스 니퍼트를 뛰어넘는다. 4경기에 선발 출전해 4승을 챙겼고, 평균자책점도 1.04로 올 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1위다. 총 26이닝 동안 4점(3자책점)만 내줬다.

보우덴의 위력적인 투구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군사용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투타 정보를 알려주는 애슬릿미디어의 ‘트랙맨 베이스볼’로 그의 투구 내용을 분석해 봤다. 트랙맨은 현재 잠실과 마산구장에만 설치돼 있는데 보우덴은 올 시즌 3경기를 잠실구장에서 등판했다.

트랙맨에 따르면 보우덴의 올 시즌 결정구는 스플리터였다. 지난 시즌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트랙맨이 측정한 23경기 기준)에서 뛸 때만 해도 전체 투구의 9.7%에 불과했던 스플리터의 비율이 올 시즌에는 18%로 크게 늘어났다. 결정구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빛을 발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투구 중 스플리터의 비율은 30.2%(26개)까지 올라갔다. 특히 26개의 스플리터 중 안타로는 단 한 개만 연결된 반면 6개는 헛스윙 삼진을 잡는 볼이 됐다.

보우덴의 스플리터를 위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공을 던지는 높이다. 볼의 상하 움직임으로 타자의 방망이를 피하는 스플리터의 특성상 릴리스포인트(투수 손가락 끝에서 공이 떨어지는 지점)가 높은 투수일수록 그 위력은 커진다. 키가 190cm인 보우덴의 릴리스포인트는 197cm로 지난 시즌 오른손 오버스로 투수의 릴리스포인트 평균(177cm)보다 20cm나 높다.

스플리터의 속도도 빨라졌다. 지난 시즌 평균 속도가 시속 133.6km였던 보우덴의 스플리터는 올 시즌 134.6km로 빨라졌다. 또 홈플레이트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각도의 변화량도 지난 시즌 ―8도에서 올 시즌 ―8.55도로 커졌다. 지난 시즌 국내 리그에서 스플리터를 10개 이상 던진 투수 43명을 기준으로 하면 5위에 해당될 정도로 공의 변화 각도가 날카로워진 것이다. 한용덕 두산 수석코치는 “(2014시즌에) 포크볼과 스플리터의 구사 비율이 높은 일본 프로 무대를 경험한 보우덴이 스스로 스플리터를 잘 연마해 왔다”고 설명했다.

스플리터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보우덴은 올 시즌 허용한 타구 중 46%를 땅볼로 유도했다. 뜬공 유도형 투수에서 땅볼 유도형 투수로 바뀐 것이다. 방망이에 잘 맞은 타구를 뜻하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의 비율도 지난 시즌 23%에서 올 시즌 14%로 줄었다. 그 덕분에 김재호, 오재원 등 국가대표 내야수들이 지키는 두산의 내야진과도 궁합이 맞게 됐다. 당분간 두산 팬들이 보우덴의 경기를 걱정스럽게 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보우덴#두산#외국인 선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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