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국인투수 마이클 보우덴(30)은 29일 KIA전에서 첫 패를 당하기 전까지 4경기에 등판해 4승, 방어율 1.04를 기록했다. 두산이 4월부터 1위로 강한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보우덴의 기대 이상 실적에 힘입은 바가 컸다.
이런 보우덴의 기세가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6이닝 동안 6안타 2볼넷 4실점으로 KBO 데뷔 이래 가장 안 좋은 투구 내용을 기록했다. 물론 2루수 오재원의 거듭된 실책 탓에 실점이 불어났다. 자책점은 1점밖에 되지 않고, 삼진을 6개 잡아냈으나 KIA 타선의 침체를 고려하면 좋지 못했다.
투수가 던지다보면 맞을 수 있겠지만 보우덴이 KBO리그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된다는 과제를 노출했다는 것이 더 중대하다. 드러난 사건은 보우덴이 6회말 수비를 마친 직후였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보우덴은 이민호 구심을 향해 손가락 4개를 펴보였다. 이 구심을 포함한 심판진은 보우덴에게 다가가 그 저의를 묻는 듯했다.
사태가 커질 듯하자 두산 김태형 감독과 코치진, 통역이 나와 중재했다. 보우덴은 퇴장까지 가지 않았다. 두산은 보우덴을 7회부터 진야곱으로 교체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닝을 시작하기 전, 연습투구 5개를 던지기로 돼 있었는데 보우덴이 4개밖에 던지지 못한 것을 항의했다”라고 말했다. 심판진이 ‘제한시간 2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4개만 던지게 한 것이고, 보우덴은 이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보우덴의 심기가 연습투구 1구 때문에 벌어진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심판진에 따르면 보우덴은 4회 투구 중, “마운드의 흙이 미끄럽다”며 보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심판진은 확인 후 ‘KIA도 같은 조건이다. 이 정도면 그냥 던져도 투구에 무리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보우덴이 6회말 땅볼 유도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낼 때, 마운드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복합적인 상황이 겹치며 보우덴이 폭발한 것이다.
외국인투수가 KBO 특정구장 마운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례는 전에도 곧잘 있었다. 보우덴도 그런 통과의례를 겪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보우덴은 심판진을 자극했다. 순간적으로 흥분한 것이다. 이미 구위는 합격점을 받고 있는 보우덴이 KBO에서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바로 이런 생소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다. 그런 점에서 보우덴은 KBO 장수용병이자 세련된 매너로 좋은 평판을 얻은 팀 동료 더스틴 니퍼트에게 얻어야 할 것이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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