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보호’ 어디 가고… 더 날카로워진 ‘홈플레이트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30일 03시 00분


프로야구 삼성-LG전 첫 판정번복 논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득점이 늘어날 것이다. 이 슬라이딩으로 아웃 타이밍에서 세이프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심판 합의판정도 많아질 것이다.”

프로야구 NC 김경문 감독이 올 시범경기 때 남긴 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때부터 홈 플레이트 충돌 방지 규칙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새로 생긴 야구 규칙 7.13(b)은 ‘포수는 자신이 공을 갖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득점을 시도하는 주자의 주로를 막을 수 없다’이다. 김 감독은 공격 팀에서 이 규정을 이용해 주자가 머리부터 슬라이딩해 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이 규정에 따라 처음 판정이 뒤바뀐 28일 대구 경기에서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발단이었다. 6회말 삼성의 3루 주자 이지영은 머리부터 미끄러져 홈으로 들어왔고 LG 포수 정상호의 태그에 아웃됐다. 그러나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정상호가 주로를 막고 있었다며 심판 합의판정(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결국 심판진은 세이프로 판정을 바꿨다.

이에 대해 도상훈 KBO 심판위원장은 “송구가 날아오는 도중에 정상호의 발이 이미 홈 플레이트를 막고 있었다. 그래서 세이프가 맞다고 본다”며 “포수가 공을 완전히 잡고 주자를 기다릴 때만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으로 판단해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막아도 아웃으로 판정한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 역시 29일 경기를 앞두고 “타이밍만 보면 아웃이 맞다. 하지만 전지훈련 때부터 새 규정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했다. 그에 따라 합의판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A 해설위원은 “홈 플레이트를 터치하지도 않은 선수가 득점했다고 인정하는 건 야구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며 “만약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에 이런 판정이 나온다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14년에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그 뒤 구체적인 상황을 30여 개로 나눠 판정에 도움을 받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방식으로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 자체가 선수 부상 방지 아니냐. 그런데 현재 방식으로는 ‘꼼수’만 양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새 규정에 따라 판정이 뒤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12일 잠실 경기에서도 롯데 조원우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당시 심판진은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으로 판단해 3루 주자 손아섭에게 최종적으로 아웃을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포수는 LG 정상호였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득점#김경문 감독#홈 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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