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기자의 야구&]쇼월터 감독의 ‘김현수 오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김현수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한국식 영어 표현인 DTD(Down Team is Down)는 초반 반짝한 뒤 추락하던 LG 야구의 잔혹사를 설명한다. ‘2년차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용어는 성공적으로 데뷔 시즌을 보낸 신인 선수가 2년차에 부진을 겪는 걸 말한다.

DTD와 2년차 징크스는 모두 ‘평균 회귀’의 현상들이다. 평균 회귀는 기록이 단기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해도 결국은 자기 실력(평균 지점)을 찾아가는 경향을 뜻한다. 평균 회귀는 테니스처럼 ‘기량’만이 중요한 종목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량뿐 아니라 운(運) 등 여러 변수들이 개입되는 종목에선 진리에 가깝다. 야구가 대표적이다. 이런 종목들은 단기적인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런데 볼티모어는 공들여 영입한 김현수의 평균 회귀를 애초부터 부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 20타수 이상 무안타로 헤매자 그를 한국으로 돌려보낼 궁리부터 했다. 당초 5월까지 기회를 주겠다고 했던 그들이었다. 짧은 기간, 적은 표본으로도 충분하다는 ‘소수의 법칙(Law of Small Numbers)’을 적용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오판에 가깝다. ‘기량 미달’이라고 낙인찍힌 김현수가 평균 회귀의 궤도에 올라섰다. 시범경기 극심한 부진을 뒤로하고 1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안타 3개를 몰아치는 등 급상승세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타율이 6할이다. 슬럼프 뒤 급상승세. 이런 과격한 조정은 평균 회귀의 대표적인 패턴이다. 행운이 따른 안타도 있었지만, 메이저리그의 빠른 직구(평균 시속 149km·국내는 141km)에 어느 정도 적응한 결과다. 김현수는 피칭머신을 붙들고 살았고, 벅 쇼월터 감독은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요행이 아닌 실력(적응)이 뒷받침됐다는 것이다.

반면 김현수의 라이벌인 조이 리카드는 반대 방향으로 평균에 회귀 중이다. 초반 4할대의 폭발적인 타격으로 팀의 연승 행진을 주도했지만, 최근 일주일간 1할대 타율로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마이너리그에서 2할대 후반의 타율을 기록한 평범한 선수였던 그는 한 달여 상승세를 뒤로하고 평균을 향한 조정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대로라면 DTD에 가깝다.

ESPN 등 미국 언론들도 둘의 엇갈린 회귀에 주목하고 있다. 리카드를 원래의 자리인 제4의 외야수(백업 외야수)로 돌리고, 김현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와 리카드의 출전 시간 배분에 대해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답이 무엇인지 산출하기 힘들다”고 버티고 있다.

둘 다 메이저리그 신인이고, 아직 그 평균 지점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은 리카드의 기득권을 인정하겠다는 것 같다. 하지만 둘의 상반된 추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평균 지점이 드러나면 방침을 정할 것이다. 그 시점에서 올 시즌 볼티모어의 진짜 주전 좌익수가 결정될 것이다.

윤승옥 기자 tou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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