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기온 30도 넘고 습도 80% 육박… 올림픽축구 열리는 장소중 최악 환경
월드컵때 美-伊도 후유증 시달려… 조별리그 2경기 갖는 日 대책 골머리
한국팀 경기 장소는 26도 안팎 쾌적
“마나우스 후유증을 조심하라.”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브라질 서북부 마나우스에서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 미국 선수단에 내려진 특명이었다. 미국에 앞서 고온다습한 마나우스에서 경기를 치렀던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등이 체력 저하로 허덕이며 다음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이었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는 마나우스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각각 ‘땀복 훈련’과 ‘사우나 훈련’까지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컨디션 관리에 공을 들인 미국도 독일과의 3차전에서 0-1로 패해 ‘마나우스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열대우림 지대인 마나우스는 브라질에서 기후가 가장 좋지 않은 곳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올림픽이 열리는 8월에는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고, 습도도 8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지난달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 조 추첨식에서도 본선 진출국 사이에서는 마나우스 경계령이 내려졌다.
조 추첨식 행사장에서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아시아지역 예선 결승에서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일본 대표팀의 코칭스태프를 만났다. 신 감독은 “옆자리에 앉은 일본 대표팀 관계자들이 내게 ‘우리는 이미 2주 전에 브라질에 와서 경기 장소 답사를 마쳤다’고 귀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감에 차 있던 일본 관계자들의 표정은 조 추첨식이 끝난 뒤 일그러졌다. C조 한국은 사우바도르(2경기)와 브라질리아(1경기)에서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게 된 반면 B조 일본은 마나우스(2경기)와 사우바도르(1경기)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우리가 마나우스를 피한 것이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일본 관계자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스웨덴, 콜롬비아, 나이지리아와 ‘죽음의 조’에 속한 일본은 마나우스도 피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일본 언론은 마나우스 르포 등을 통해 ‘기후’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닛칸스포츠는 “경기가 열리면 그라운드 온도가 40도 이상으로 올라갈 것 같다. 최소 20일 전에는 마나우스에 도착해 적응 훈련을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마나우스를 ‘녹색 지옥’이라고 표현한 스포츠호치는 “과거 유럽 국가들이 이주를 금지했던 마나우스는 아마존 밀림에 둘러싸여 바람도 통하지 않는다”며 “엄청난 모기로 인한 질병의 두려움과 무더운 환경이 일본의 ‘가장 귀찮은 적’이다”라고 전했다.
반면 신 감독은 “현지답사를 해보니 사우바도르는 온화하고, 브라질리아는 (덥기보다는) 다소 춥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환경이 좋은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두 도시는 8월 평균기온이 26도 안팎이다. 신 감독은 “내게 브라질은 낯선 곳이 아니다. 선수 때는 전지훈련을 브라질로 갔고, 성남 감독 시절에는 외국인 선수를 뽑기 위해 브라질을 자주 찾았다”며 “브라질을 직접 체험한 경험을 살려 선수들이 현지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빠른 현지 적응을 위해 올림픽 개막 전 전지훈련을 브라질에서 할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미국 등 주변 국가가 아닌 브라질 내 도시에서 훈련을 한 뒤에 본선 첫 경기가 열리기 4∼5일 전에 사우바도르로 이동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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