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올림픽 세계예선 3승1패
4경기서 82득점 에이스 이름값
코트에선 “팡팡” 경기 이끌고, 밖에선 “하하” 동료 긴장 풀어줘
카자흐전 교체땐 응원단장 역할도
“난 달라요. 다른 선수예요.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 있죠.”
예상치 못한 뻔뻔한 농담에 말문이 막혔다. ‘다른 선수들의 사기를 불어넣는 데 신경 쓰다 보면 에이스로 집중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28)이 한 대답이었다. 김연경은 “배구는 팀 운동이니까 개인만 잘해선 안 되잖아요. 게다가 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에요”라고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김연경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배구 세계 예선(아시아 대륙 예선 포함)에서 18일까지 4경기에 출전해 82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에이스답게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김연경의 진가가 드러나는 곳은 코트 안이 아닌 밖이다. 일본과 터키 등 해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다. 김연경의 초중고교 동창인 센터 김수지(29)는 “연경이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원래 리더십도 있고 밝아서 친구들을 잘 몰고 다녔다”고 했다. 진천선수촌에 들어갈 때부터 쉰 목은 경기는 물론이고 훈련 때도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다 보니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꼽았던 1차전 상대 이탈리아에 패하고 네덜란드와의 경기(3-0 승)를 앞둔 15일 아침 식사 자리에서도 분위기를 밝게 만든 것은 김연경이었다. 전날 패배로 위축된 후배들을 의식한 듯 김연경은 식사 속도가 느린 룸메이트 양효진을 보며 “매일 아침, 효진이의 먹방을 봐야 한다”고 운을 뗀 뒤 경기가 아닌 음식 이야기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에게 장난을 건네며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자신감 넘치는 말과 행동도 김연경의 상징이다. 훈련장에서 김연경은 후배는 물론이고 이효희, 김해란 등의 선배들에게도 곧잘 쓴소리를 한다. 하지만 도를 넘지는 않는다. 김연경을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지켜봐 왔던 이정철 대표팀 감독은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김연경은 경기를 마친 뒤나 숙소를 나설 때마다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위해 사인과 사진 촬영을 빼먹지 않는다.
코트 안팎을 가리지 않는 김연경의 열정은 모두 꿈의 무대인 올림픽을 향한 것이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숙적 일본에 패하며 메달을 따지 못했던 한을 리우 올림픽에서 반드시 풀겠다는 각오다. 17일 한일전에서 승리한 뒤 김연경이 “4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18일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서도 김연경은 ‘응원단장’이 됐다. 2세트 초반 교체돼 나온 김연경은 팀 동료들이 공격을 성공시킬 때마다 새로운 응원을 만들어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유쾌한 주장의 리더십에 선수들의 몸놀림은 한껏 가벼워졌다.
카자흐스탄을 3-0(25-16, 25-11, 25-21)으로 완파한 한국은 3승 1패로 올림픽 본선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김연경은 “한 경기, 한 경기 올림픽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앞으로 세 경기가 남았는데 꼭 올림픽에 가고 싶네요”라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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