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치고 수술해도 또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제 몸을 ‘튜닝’하고 있네요.”(김온아)
“태릉선수촌에서 언니들과 같이 훈련하는 것만으로 신기해요. 무조건 배울 겁니다.”(유소정)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3인방이 있다. 우선희(38·원더풀 삼척), 김온아(28·SK), 유소정(20·SK)이다. 우선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마지막 주역으로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가 끝난 뒤 은퇴했다가 출산을 하고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다. 센터백 김온아는 대표팀의 에이스로 주득점원이다. 유소정은 우선희를 이어 앞으로 10년 이상 대표팀 기둥으로 활약해줄 유망주다.
이들은 16일 유럽 전지훈련을 떠나기 앞서 태릉선수촌에서 결의를 했다. 올림픽 메달을 따내는 것이다.
딸 초아와 잠시 이별한 우선희는 20대 초반의 후배들도 버거워하는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우리 초아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사이클을 40초 동안 전속력으로 타는 훈련을 하다 마지막 다리가 올라가지 않을 때 ‘그래, 초아를 위해 한 번 더 굴려보자’면서 이를 악물게 되더라고요.”
임영철 대표팀 감독의 부름으로 대표팀에 복귀한 우선희는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우선희는 “이제 핸드볼은 직업인 것 같아요. 내 몸이 허락되는 순간까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핸드볼”이라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오성옥(현 여자 청소년대표팀 전임 지도자) 언니가 ‘내가 꼭 메달을 따서 후배들 연금 받게 해줄게’라고 했는데 나도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 함께 출전한 김온아에 대한 애착은 더 크다. 런던 올림픽에서 대표팀은 예선 첫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김온아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며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우선희는 “온아의 고칠 곳은 다 고쳐진 것 같네요. 심장 같은 존재인 온아가 올림픽 내내 공격을 화끈하게 풀어내는 걸 보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온아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선배 우선희의 마음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어느덧 고참 축에 속하지만 김온아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연속되는 부상에도 또 올림픽을 준비하는 내가 대견스럽지만 또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아요. 그래서 몸이 안 좋을 때는 알아서 부상당하는 동작을 피하고요. 늘 긴장감을 유지하다 보니 나름 노하우가 생겼어요.”
김온아의 부상 예방은 대표팀에도 가장 중요한 과제다. 김온아는 “코와 팔, 다리에 총 8번 수술을 했어요. 지난해 발목 수술을 받고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겠지’ 하고 빌었죠”라며 “얼마 전 저를 ‘유리몸’이라고 표현한 인터넷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번 올림픽만큼은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도록 채찍질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온아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나갈 때 나이인 막내 유소정은 “선희 언니의 악착같은 투지와 스냅으로 가볍게 때리는 슛이 너무 신기해요. 한쪽 발목을 두 번이나 수술한 적이 있어 온아 언니의 심정도 잘 이해가 가요”라며 선수들이 자신의 장단점을 발표할 때 “나는 늘 단점투성이지만 올림픽을 통해 언니들처럼 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보듬고 밀어주는 언니, 동생들의 끈끈한 소통. 한국 여자 핸드볼이 국제무대에서 살아남는 경쟁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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