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트는 많이 해봤는데 이건 좀 다르네.”(팔짱을 낀 연인이 ‘한궁’ 과녁 앞을 지나가며)
17일 서울 종로구 정동 덕수궁 옆 돌담길에 왁자지껄한 ‘뉴스포츠 한마당’이 펼쳐졌다. 이곳은 혹서기인 7, 8월을 제외한 4∼10월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차 없는 거리’가 된다. 이 시간을 이용해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인근 돌담길에 뉴스포츠 13개 종목 기구들이 자리를 잡았다.
점심시간에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 이 프로그램은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뉴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직장인을 위한 찾아가는 체육관’이다. 서울시 관광체육국 체육진흥과 소속의 여가스포츠팀이 아이디어를 냈다.
‘직장인을 위한 찾아가는 체육관’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와 신용보증재단 인근에서 처음 시작됐다. 다음 달 3일까지 서북권(마포구)과 도심권(청계광장, 서울광장)의 네 곳에서 10회씩 40회가 운영되며, 9월 2일부터 11월 11일까지 동북권(성동구), 서남권(양천 구로 관악구), 동남권(강남 강동구)의 6곳에서 10회씩 60회가 운영될 예정이다. 장소는 모두 직장인 밀집지역이다. 권역에 따라 월·목요일 또는 화·금요일에 운영된다. 화요일인 이날은 덕수궁 돌담길과 청계 문화광장에서 진행됐다. 애초 청계 문화광장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념행사가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덕수궁 옆으로 장소를 옮겼다.
프로그램에는 뉴스포츠 13개 종목의 기구를 실은 차량과 전문 지도자 8명이 투입된다. 처음 접하는 종목이라도 지도자의 간단한 설명만 들으면 누구나 쉽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13개 종목은 미니골프, 미니탁구, 볼로볼, 셔플보드, 스포츠 스태킹, 테니스 파트너, 토스볼, 플라잉 디스크, 플로어컬, 한궁, 핸들러, 바람총(후키야), 추크볼. 모두 좁은 공간에서도 할 수 있는 종목들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홍기관 여가스포츠팀 팀장은 “지난해 7월 신설된 이 팀을 맡은 뒤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 뉴스포츠를 떠올렸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인근에서 열릴 때는 원하는 종목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바쁜 직장인을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뉴스포츠를 즐겼다. 한 노인은 ‘스포츠 스태킹’(12개의 컵을 다양한 방법으로 쌓고 내리며 기술과 스피드를 겨루는 종목) 삼매경에 빠졌다. ‘재미는 있어도 저런 종목을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서상옥 한국뉴스포츠협회 회장은 “두 눈과 두 손의 협업 능력, 순발력, 집중력 등이 고루 필요한 종목이다. 두뇌 발달을 도와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단체 경기를 통해서는 팀워크와 스포츠맨십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장과 여사원의 ‘셔플보드’(가늘고 긴 막대를 이용해 원반을 득점 구역에 넣어 얻은 점수로 승패를 가리는 경기)는 여사원의 승리로 끝났다. 패배를 예상하지 못했던 부장은 “한 번 더 하자”며 승부욕을 보였다. 셔플보드는 움직임이 크지 않아 정장 차림으로 하이힐을 신고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플라잉 디스크, 한궁, 스포츠 스태킹, 플로어컬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핸들러(탁구와 배드민턴의 혼합형) 같은 종목은 좁은 공간이라도 배드민턴 이상의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단식 또는 복식으로 승부를 가리는 직장인들의 얼굴에 5분도 안 돼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벽 앞에서 테니스 연습을 하는 듯한 느낌의 ‘테니스 파트너’도 핸들러처럼 움직임이 크고 많아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서 회장은 “핸들러나 테니스 파트너 같은 종목을 하다 보면 배드민턴과 테니스를 처음 하더라도 익숙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메이저 종목을 미리 익히는 효과가 뉴스포츠의 또 다른 장점”이라며 “조만간 한국유소년스포츠학회와 공동 개발한 ‘부모와 유아 자녀가 함께 하는 체조’도 보급할 계획이다. ‘찾아가는 체육관’ 현장에 와서 자료를 받아 가면 육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이 되자 현장에 있던 지도자들이 기구를 정리해 차에 싣기 시작했다. 10분 뒤부터 차들이 다시 다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차량 통제 시간에 맞춰 프로그램이 운영됐지만 다른 곳에서는 보통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열린다. 홍기관 팀장은 “찾아가는 체육관 외에도 사내 운동회를 열기 어려운 작은 기업 등을 위해 ‘찾아가는 직장 건강운동회’도 준비하고 있다. 많은 직장인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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