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5연승은 다반사다. 막내 구단 kt도 1군 진입 두 달여 만인 지난해 6월 5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최하위 한화만은 이야기가 다르다. 한화는 2008년 6월 이후 무려 2910일 만에 5연승을 했다. 이전 5연승 때 태어난 아이는 그사이 여덟 살이 됐다. 그런 만큼 이전 5연승과 지금의 5연승에는 닮은 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 중심 되찾은 4번 타자
한화의 2008년과 2016년 5연승에는 적지 않은 ‘평행이론’이 발견된다. 두 번의 5연승 그 중심에는 4번 타자 김태균이 있다. 시즌 초 손가락 통증 등 컨디션 난조로 부진을 이어가던 김태균이 살아나자 팀 타선도 함께 기지개를 켰다.
지난달 25일 넥센과의 경기(패배)에서 5타점을 올리며 분위기 반전을 예고했던 김태균은 5연승을 하는 동안 14타수 8안타(1홈런) 9타점으로 4번 타자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2008년 5연승 때도 김태균은 비슷한 활약을 펼쳤다. 시즌 초 옆구리, 손가락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점도 비슷하다.
넥센을 상대로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연승을 시작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2008년 한화는 넥센의 전신인 우리 히어로즈에 1-0으로 승리하며 5연승의 첫 단추를 끼웠다. 당시 연장 12회말 끝내기 승리여서 더 탄력을 받았다. 지난달 26일에도 한화는 넥센에 7-6으로 승리하며 연승의 시동을 걸었다.
○ 낮은 마운드는 여전히 숙제
결과가 같다고 내용도 같은 것은 아니다.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메워야 할 구멍이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현재 한화의 상승세는 마운드가 아닌 타선에 의존해 있다는 점이다. 김태균, 정근우 등 베테랑을 중심으로 하주석, 양성우 등 젊은 타자들의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반면 2008년 5연승은 마운드의 역할이 충실했다. 5경기 중 한 경기를 제외하곤 최영필(현 KIA), 정민철(은퇴), 류현진(LA 다저스), 송진우(은퇴)가 모두 순서대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이어가며 승리투수가 됐다. 올해는 지난달 29일 외국인 투수 로저스가 완봉승을 했지만 나머지 4경기에서는 선발승이 없었다.
좀처럼 줄지 않는 실책 또한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달 31일까지 실책 51개로 전체 팀 중 1위인 한화는 5연승을 달리는 중에도 실책을 3개나 범했다. 반면 2008년 한화는 전체 126경기에서 실책 61개를 기록해 당시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실책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물론 야구가 기대대로 흘러가라는 법은 없다. 2008년 5연승으로 3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한화는 당시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이후 성적이 추락하며 5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이후 8년간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는 긴 암흑기를 보냈다. 반대로 현재 최하위인 한화에는 가을야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다. 비록 1일 SK에 패해 연승 행진은 마감했지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