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왕복 40km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로 통학했다. 집이 신탄진(대전 대덕구)에 있었는데 시간이 나면 현충사와 속리산을 자전거로 오가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시원한 바람, 시골길 좌우에 펼쳐진 숲과 논밭…. 그때의 느낌과 풍경은 지금도 ‘힐링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사진)은 자전거 예찬론자다. 1970년대 열렸던 전국 대학 실용자전거대회에 학교 대표팀 주장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자전거는 모든 운동의 기반인 하체, 지구력, 심폐기능을 발달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 건강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체육진흥공단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투르 드 코리아(TDK) 2016’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5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229km를 달리는 TDK는 올해로 10회째를 맞는다. 이 이사장은 2014년 취임했지만 TDK와의 인연은 훨씬 이전부터다.
“대회 창설을 검토하던 시기에 공단 비상임이사였다. 투르 드 프랑스(사이클)나 윔블던(테니스)처럼 그 나라를 대표할 만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TDK를 통해 자전거 산업 육성, 동호인 확산, 친환경 정책 동참, 엘리트 기량 발전, 관광 산업 연계 발전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989년 설립된 체육진흥공단은 지난해까지 총 7조4493억 원을 국내 스포츠 발전을 위해 지원했고, 올해는 역대 최대인 1조3243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저소득층 유소년과 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강좌 이용권 지원, 국민체력100 등이 올해의 역점 사업이다. 단일 이벤트인 TDK도 체육진흥공단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이벤트다.
“출범 이후 TDK가 많은 발전을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자전거는 친환경 교통수단, 효과적인 운동수단으로 더욱 각광을 받아야 한다. TDK가 자전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미흡했다.”
TDK는 2014년 국제사이클연맹(UCI) 아시아투어 1등급 대회로 격상됐다. 이전의 2등급 대회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수준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이벤트로 내세우기에는 부족하다.
“궁극적으로는 TDK를 투르 드 프랑스와 같은 대회로 만들고 싶다. 1903년에 시작된 투르 드 프랑스는 전 세계가 즐기는 메가 이벤트이자 축제의 장이다. 현장 관객만 수만 명에 이른다. 현재로서는 아시아투어 최고 레벨인 HC등급이 목표다. UCI는 TDK가 운영과 안전 면에서는 인정받고 있지만 관중이 없는 게 승급을 시킬 수 없는 이유로 꼽는다. 대회 기간 동안 서울과 대전에서 자전거 관련 산업 전시·홍보, 시민 체험 이벤트, 축하 공연 등 휠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도 국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다. 아무쪼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TDK를 통해 자전거를 타는 국민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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