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피트 구간, 보이지 않는 가상 공간… 심판 재량에 의지해 끊임없이 논란
“세이프-아웃 구체적 경험칙 마련이 홈 충돌 방지처럼 대안 될 수도”
지난달 27일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잠실경기. LG 박용택의 땅볼을 잡은 두산 유격수 김재호는 2루로 뛰어오던 1루 주자 손주인을 태그하기 위해 글러브를 뻗었다. 하지만 손주인은 어깨를 살짝 비틀어 피했고 김재호는 뒤늦게 1루로 공을 던졌다. 심판은 손주인의 아웃을 선언했다. 정상적으로 뛰었다면 아웃될 상황에서 손주인이 태그를 피하려고 3피트(91.44cm) 라인을 벗어났다는 판단이었다. 느린 화면에서 김재호가 공을 오른손에 쥐고 왼손에 낀 글러브로 태그를 시도한 게 확인되자 잡음은 더 커졌다. 태그를 했어도 아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야구 규정에 따르면 주자가 태그를 피하기 위해 베이스를 연결한 직선으로부터 좌우 3피트 구간을 벗어나면 아웃이 된다. 문제는 1-2루, 2-3루를 잇는 3피트 구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구역이라는 점이다. 이 공간에서 태그를 시도하고 피하는 동작이 발생하면 결과가 아웃이든 세이프든 한 팀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3피트’는 프로야구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지난해 4월 15일 KIA와 LG의 잠실경기에서도 LG 문선재가 KIA 최용규의 태그를 피해 2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KIA 김기태 감독은 2루 옆에 직접 누워서 문선재가 베이스를 터치할 때 3피트 라인을 벗어났다고 항의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김 감독은 퇴장 당했다. 그해 6월 17일 KIA와 LG의 경기에서는 LG의 양석환이 올 시즌 손주인과 비슷한 상황에서 태그를 피해 2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었다.
현재 3피트 라인 아웃은 비디오판독 대상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순간적으로 가상의 3피트 라인을 추적하는 게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로 재심 대상에서 제외됐다. 도상훈 심판위원장은 “태그하는 순간 상황에 따른 심판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순간적인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숙련된 심판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이라면서도 “현장의 불만이 커진다면 홈 충돌 방지의 경우처럼 세이프와 아웃의 구체적인 경험칙을 마련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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