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최태웅 감독 “암도 별거 아니다…그렇게 이겨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3일 05시 45분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현역 시절 림프암을 이겨낸 뒤 감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는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통해 암을 극복했다.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현역 시절 림프암을 이겨낸 뒤 감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는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통해 암을 극복했다. 스포츠동아DB
■ 암을 이겨낸 사나이들

현역시절 림프암 극복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당시 김호철 감독님은 되레 훈련 더 안 빼줘
내 안의 의지를 보신 듯…도움 많이 됐다
완치 후 상대 입장서 헤아리는 마음 생겨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최태웅(40) 감독은 2010년 림프암 판정을 받았다. 국가대표 세터 출신 최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이적하자마자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역경에서 좌절했다면 지금의 최 감독은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인간은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의지를 찾을 수 있을까.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예선전 참관을 위해 일본에 체류 중인 최 감독과 2일 국제전화를 통해 진행된 인터뷰를 최대한 육성을 살려서 싣는다.

최고의 백신은 불굴의 무한긍정

그러니까 6년 전 여름부터 몸이 이상했다. 처음엔 아예 몰랐다. 병원 진단을 받은 것도 그해 가을 무렵 발목 수술을 했는데 회복이 더뎌서 갔다. 팔에 손톱만한 상처가 났는데 아물지 않고 계속 커지더라. 이상해서 조직검사에 들어갔는데 림프암 판정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동행했던 팀 트레이너를 통해 들었다. 처음에 딱 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그냥 멍했다. 내가 이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아무 겨를도 없었다. 나중에 혼자 인터넷으로 림프암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엄청나게 위험한 병이어서 놀랐다. 그래도 긍정적 생각을 더 많이 하려고 했다. ‘내가 암한테 안 져’, 이런 생각들.(웃음)

암 선고를 받은 뒤 하루도 안 빠지고 훈련을 다했다. (폐를 끼치기 싫어) 팀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감독님, 코치님과 일부 스태프들만 알았다. 처음 두 달은 가족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너무 걱정할 것 같아서. ‘좋아질 테니 걱정마라’는 병원의 말을 믿었다. 괜찮아진 다음에 얘기해야지 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해하니까 집사람도 이상하게 여겼다. 몸에도 이상이 생기고 그러다보니까 더 이상은 감출 수 없겠더라.(웃음)

●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얻은 깨우침


‘왜 나한테 하필 이런 일이’, 이런 억울한 생각이 왜 없었겠나? 가장 먼저 아이들하고 집사람이 나 없이 어떻게 살지 걱정됐다. 그러나 ‘상황은 닥친 것이고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더라.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긍정의 믿음, 그리고 ‘암도 별거 아니다’라는 마음가짐. ‘원래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상황을 받아들였다. ‘지금 잃는 게 있으면 나중에 얻는 게 있을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아프다는 핑계로 배구 곁을 떠나지 않아서 완치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 김호철 감독님이 병을 알고 계셨는데 오히려 훈련을 더 안 빼주시더라. 나에게서 하려는 어떤 의지를 보셨던 것 같다. 훈련할 때는 아픔을 잊어버리게 된다. 몸도 움직이니까 스트레스도 풀어지더라. 아파도 참고 훈련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지금은 완치 판정이 났지만 암은 죽을 때까지 관리해야 되는 병이다. 암에 걸린 후 술, 담배는 다 안 하게 됐다. 그런데 감독이 되니까 조금씩 술을 마시게 되더라. (웃음) 암과 싸우는 과정에서 ‘(아무리 혹독한 현실이라도) 받아들여서 (거기서부터 발을 딛고) 모색하면 길은 보인다’고 깨달았다. 또 암이 나은 뒤, 세상을 보는 시선의 폭이 넓어졌음을 느낀다. (아프기 전까지 잘 몰랐던)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리려는 너그러움이 내 안에 생긴 것 같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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