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내야수 유민상(27)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유승안 감독(경찰야구단)의 아들’, ‘유원상(LG)의 동생’이었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65번)에서 두산에 지명됐으나, 이름 석 자를 알릴 기회조차 없었다. 경찰청 제대 후 복귀한 지난해 1군 15경기에서 타율 0.263(38타수10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했으나, 두산의 쟁쟁한 야수진을 뚫고 자리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유민상은 지난달 14일 노유성(두산)과의 1대1 맞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됐다.
트레이드 후 유민상은 자신의 타격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이적 후 2군 4경기에서 15타수 8안타(타율 0.533), 1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예열을 마친 유민상은 20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리고 3일까지 13경기에서 타율 0.385(26타수 10안타), 출루율 0.448을 기록 중이다. 아직 주전선수는 아니지만, 1군에서 뛰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유민상은 “두산은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1군에 올라간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 2군에서 잘해도 1군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고 회상했다.
● 트레이드,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
유민상에게 트레이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주저 없이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두산의 선수층이 워낙 두꺼운 탓에 자리 잡을 기회조차 없었던 유민상에게 1군 진입 2년차인 kt는 기회의 땅이었다. 그는 1군 등록 첫날인 지난달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뽐낸 이후 꾸준히 1군 엔트리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민상은 “1군 경기에 나간다는 자체가 좋다”며 “트레이드는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당장 목표를 설정하긴 이르다. 경기에 나가서 내가 가진 것을 후회 없이 다 보여주고 싶다. 여유가 생기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 고감도 타격, 반짝 아닌 노력의 결과
노력 없이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유민상은 올해 초 허리와 손가락 부상으로 2군 캠프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홀히 하지 않은 덕분에 신체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아프지 않다”는 유민상은 “기술적인 변화는 없었다. 타격에는 자신이 있었다. 내가 가진 기술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준비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t 조범현 감독은 “(유민상이) 1군 경험이 많지 않으니 스윙 메카닉이나 수비력도 더 지켜봐야 한다. 일단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민상은 형 유원상과의 맞대결이 미뤄진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유원상은 지난달 29일 1군에서 말소됐다. 유민상은 3~5일 LG와의 홈 3연전에서 내심 형과 맞대결하길 바랐지만 다음으로 미뤄졌다. 유민상은 “형제 대결도 기대했는데 아쉽다. 형이 잘해야 하는데…”라며 “만나면 봐주는 건 없다. 형이 올라올 때까지 내가 버텨야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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