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으로 쓰여진 알리의 복싱 인생…그 자체로도 ‘감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5일 21시 00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서였던 무하마드 알리가 4일 7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알리의 딸 한나는 5일 트위터를 통해 “아버지의 심장이 다른 장기들이 멈춘 상태에서도 30분 동안 더 뛰었다”며 “아버지의 영혼과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전했다.

인종 차별로 시작된 알리의 복싱 인생은 저항의 연속이었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알리는 12살 때 고향인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자신의 자전거를 훔쳐 간 또래 백인 아이들을 혼내주려 복싱을 시작했다. 1960년 금메달을 따낸 로마 올림픽은 그의 저항 정신을 더욱 단련시켰다. 뉴욕 타임즈는 “올림픽 메달을 땄지만 고향에서 멸시를 받으며 ‘올림픽 니거(nigger)’라고 불리자 당시 100승 5패를 거둔 아마추어 대신 프로를 선택해 최고가 되고자 했다”고 보도했다. 알리는 당시 저항의 표시로 올림픽 금메달을 강물에 버렸다.

프로로 전향한 그는 승승장구 끝에 4년 만에 22세의 나이로 헤비급 챔피언에 오르며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챔피언이 된 뒤에도 그의 저항 정신은 물러지지 않았다. “베트콩은 흑인을 무시하지 않는다”며 베트남전 참전 대신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택한 알리는 이후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미국 국가정보국(NAS)으로부터 전화도 도청 당하는 보복을 당했지만 자신의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1970년 링에 복귀해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조 프레이저에게 생애 첫 패배를 당한 알리는 4년 뒤인 1974년 조지 포먼을 누르고 두 번째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손에 넣었다.

프로 통산 2만9000번의 펀치를 상대에게 날리고 1981년 56승(37KO)5패의 성적을 남긴 뒤 현역에서 은퇴한 알리는 1984년 파킨스병 진단을 받은 뒤에도 세상을 위한 삶을 이어갔다. 1984년 파킨슨병에 걸린 알리는 1990년 미국과 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 지도자 사담 후세인과 바그다드에서 만나 미국 포로 15명을 풀려나게 하는 협상에 직접 참여했다. 파킨슨병 증세가 악화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는 성화 최종 점화자로 나서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줬다. 특히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남자농구 결승전 하프 타임 때 알 리가 36년 전 강물에 던졌던 금메달을 대신해 새로운 금메달을 목에 걸어줬다.

1970~1980년대 폐쇄적이었던 중국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중국의 복싱 금지 정책을 깨는데도 기여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알리를 ‘중국을 포함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문화아이콘’이라고 평가했다.

알리는 자신과 인생관이 다른 상대에게는 독설을 아끼지 않는 언변으로 많은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은퇴 후 인권 운동과 세계 평화를 위한 활동으로 영웅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단지 자유롭고 싶다는 그의 바람과 주류에 대한 저항 의식이 링 안팎에서 수많은 역사를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세계 각국에서 거인(巨人)에 대한 추모도 잇따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알리는 세상을 뒤흔들었고, 그로 인해 세상은 더 좋아졌다”며 “그는 링 위에서의 투사나 마이크 앞의 시인으로서 재능 있을 뿐 아니라 옳은 일을 위해 싸운 사람”이라고 추모했다.

알리의 오랜 친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알리를 ‘전설보다 위대한 사람’이라 칭하며 안타까워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0일 알리가 유년 시절을 보낸 켄터키 주에서 열리는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맡을 만큼 알리와 가깝게 지내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알리는 자기가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을 졌고, 살아가면서 절대 멈추지 않았다”며 “그는 미국인에서 그치지 않고 세계의 시민이 됐다”고 높게 평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알리는 전설적 복서를 넘어 평화와 평등의 세계챔피언이었다. 그는 원칙과 매력, 재치와 우아함으로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싸웠고 인류애를 고양시켰다”고 애도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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