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박성원(23)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신데렐라가 됐다.
박성원은 5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과 경쟁한 끝에 당당히 정상에 올라 무명 돌풍을 완성했다. 사흘 동안 16언더파 200타를 친 박성원은 2위 하민송(20)을 무려 5타 차로 제쳤다.
박성원은 웬만한 골프팬조차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선수다. 2012년 프로가 돼 주로 2부(드림)와 3부(점프) 투어에서 활약해온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정규투어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25개 대회에 출전해 거둔 성적은 고작 상금랭킹 91위(3134만원)였다. 최고성적은 상위랭커들이 대거 빠진 금호타이어여자오픈 10위였다. 시드 순위전으로 밀려났지만 54위에 그쳐 올해는 대기시드를 받고 활동 중이다.
우승으로 그는 지난 4년 동안의 고된 생활을 모두 씻어냈다. 우승 전 97위(669만원)였던 상금랭킹은 우승으로 17위(1억2690만원)로 뛰었고, 2년 동안 KLPGA 정규투어 출전권을 손에 넣으면서 안정된 투어 생활도 보장받았다. KLPGA 투어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무대에 오른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건 박성원이 처음이다.
우승은 개인적인 영광이지만, 박성원의 우승을 통해 KLPGA 투어는 나아갈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대기 시드자인 박성원은 이번 대회 출전권이 없었다. 그가 이번 대회에 나올 수 있었던 건 지난 5월 열린 퀄리파잉 토너먼트(이하 QT)라는 예선전 덕분이다. 5월10일 충남 부여의 롯데스카이힐 부여골프장에서 열린 QT에는 모두 96명의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가 출전했다. 이중 19명이 본선무대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QT는 유망주나 시드 하위권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관문 중 하나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투어에선 QT 또는 월요예선(먼데이)을 통해 출전권을 주는 대회가 많다. 지난 2월 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강성훈(29)은 월요예선을 통해 노던트러스트오픈 출전권을 따냈고, 이 대회에서 공동 8위에 올라 시드 순위를 대폭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US여자오픈 QT에는 올해 1800명이 넘는 선수들이 몰리기도 했다.
KLPGA 투어에선 아직까지 QT나 월요예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박성원의 우승을 통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다. QT나 월요예선이 단순히 유망주들에게 대회 출전의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매우 효과적인 유망주 발굴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성원 역시 QT를 통해 작은 기회를 얻었고 이를 기적으로 만들어냈다. 제2의 박성원을 꿈꾸는 무명들에게 작은 기회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