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외국인선수 차별 리그’가 된 KBL

전 LG 길렌워터. 스포츠동아DB

KBL은 3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트로이 길렌워터(28·전 LG·사진)의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참가 자격을 박탈했다. 길렌워터는
2015∼2016시즌 동안 심판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유독 많은 트러블을 일으켰다. 심판에게 ‘돈을 세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고, 중계 카메라에 수건을 뒤집어씌우는 등 무려 6차례나 KBL 재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재정위는 ‘KBL 선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길렌워터의 트라이아웃 참가를 막았다.

재정위의 결정대로라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수차례의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숱하게 판정에 불만을 표출했던 데니스 로드맨, 찰스 바클리(이상 은퇴)는 전성기 기량으로 KBL 트라이아웃 신청서를
냈더라도 참가 자격이 제한됐을 것이다. KBL에서 뛰는 외국인선수는 모범생이 아니면 선수 자격이 없으니 말이다.

KBL을 경험했던 한 외국인선수는 “판정에 불만이 없는 리그가 어디 있나. 납득이 가지 않는 판정으로 억울한데, KBL 심판은
그냥 뒤돌아서 간다. 진짜 미칠 것 같을 때도 있었다. 설명이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뛰는 리그는 심판들이 KBL보다
떨어진다. 그래도 설명은 해준다”고 말했다.

길렌워터의 선수 자격을 제한한 결정에 공정성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 국내선수에 한해선 솜방망이 처벌이 많았다. 계약을 위반하거나 법을 어겨도 구단의 눈치만 보다가 징계수위를 낮췄을
뿐, 선수 자격을 제한한 적은 없었다. 길렌워터는 “내 행동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 않나. 이해가 안
된다”며 억울해했다.

또 다른 KBL 경력 외국인선수는 길렌워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트로이(길렌워터)가
한국선수를 때려서 그런 줄 알았다. 유럽에서도 KBL은 좋은 리그라고 꽤 소문이 나 있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해외에 퍼지면
부끄러운 일 아닌가? 외국인선수를 차별하는 리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재정위의 이번 결정은
외국인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는커녕 ‘외국인선수를 차별하는 리그’라는 부끄러운 시선만 떠안은 꼴이 됐다. 올해 남자프로농구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은 7월 18일(한국시간)부터 2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