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광주 KIA전 직후 한화 김태균(34·사진)의 시즌 타율은 0.268까지 떨어졌다.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달 24일까지 단 하나뿐이던 홈런도 문제였다. 일본프로야구(지바롯데)를 거쳐 한화로 유턴한 2012시즌부터 매년 “홈런이 없다”는 비난에 시달렸는데, 팀의 부진과 맞물리니 그 강도가 더욱 세졌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4년 84억원) 후 첫 시즌 부진에 빠진 김태균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간과했다. 김태균의 진짜 가치는 홈런 수에 드러나지 않는다. 4번타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점을 올려 팀 승리를 돕는 역할이 중요하다. 김태균은 KBO리그 유턴 첫해(2012년)부터 꾸준히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4번타자의 자격은 이미 오래 전에 갖췄다. 시원한 홈런포를 매일 가동한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홈런 외에도 팀 승리를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2012시즌부터 5일(대구 삼성전)까지 총 531경기에서 김태균이 거둔 성적을 살펴봤다. 득점권에서 타율 0.346(534타수185안타), 22홈런, 282타점을 기록했고,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도 타율은 같았다(0.346·1157타수303안타·35홈런·323타점). 해결사 본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최근 10경기 성적을 보면 김태균이 왜 무서운 타자인지 알 수 있다. 이 기간에 홈런이 2개뿐이지만, 타율 0.529(34타수18안타), 16타점을 기록하며 완전히 살아났다. 시즌 타율도 어느새 0.330(188타수62안타)이다. 더 놀라운 건 이 기간에 김태균이 보여준 해결사 본능인데, 득점권타율이 무려 0.636(11타수 7안타·12타점)에 달한다. 단순히 누상에 주자를 두고도 17타수 11안타(타율 0.647·16타점·출루율 0.769)를 기록했다. 특히 2아웃 이후 14타수 11안타(타율 0.786), 13타점을 기록한 건 최근 3번으로 타순을 옮긴 것과 별개로 김태균의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태균은 여전히 리그 최고의 해결사다.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김태균의 가치를 홈런 수로만 판단해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