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곽태휘·정성룡 ‘노장은 죽지 않는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7일 05시 45분


가와사키 정성룡-알 힐랄 곽태휘(오른쪽). 스포츠동아DB
가와사키 정성룡-알 힐랄 곽태휘(오른쪽). 스포츠동아DB
■ ‘나흘의 반전’ 슈틸리케호 유럽 원정 결산

곽태휘·정성룡, 위기서 빛난 베테랑들
장현수, 왼쪽 풀백서 ‘멀티 본능’ 과시


‘1-6 대패→2-1 승리.’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첫 유럽 원정에 나선 축구국가대표팀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1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맞아 20년만의 6실점, 그것도 5골차 참패를 당한 대표팀은 나흘 후인 5일 프라하에서 벌어진 체코와의 원정 평가전에선 값진 승리를 따냈다. 엄청난 반전이었다.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피로를 그 짧은 시간 동안 극복했을 뿐 아니라, 180도 다른 경기력과 자세로 부정적 시선을 찬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엄청난 반전으로 짙은 여운을 남긴 유럽 원정을 되돌아봤다.

● 구관이 명관

위기에서 베테랑들이 다시 힘을 냈다. 몸이 좋지 않아 체코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기성용(27·스완지시티)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찬 중앙수비수 곽태휘(35·알 힐랄)의 역할이 컸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스페인전과는 전혀 달랐다. 든든한 노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대표팀의 수비라인은 견고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와 적극성, 빠른 빌드-업과 과감한 공격 가담으로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으로 앞선 후반 1분 유일한 실점이 하필이면 곽태휘의 다리를 맞고 굴절돼 골 망을 출렁였지만, 대표팀은 세계 톱 레벨의 체코를 상대로 악착같이 버티고 또 버텼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부터 “공격을 잘하면 이기고, 수비를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말로 탄탄한 수비가 축구의 최우선임을 강조했는데, 곽태휘가 이를 재입증했다. 스페인전 후 팀 미팅을 통해 “실점할 수는 있지만 무너지진 말자”며 후배들을 독려한 그도 체코전을 마치고는 충분히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골키퍼 정성룡(31·가와사키 프론탈레) 역시 발군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높이와 힘을 앞세운 체코 공격진은 선방 퍼레이드를 펼친 한국 수문장에게 맥을 못 췄다. 2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아픈 경험을 통해 한층 성장한 정성룡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잡았다.

멀티 본능

슈틸리케 감독이 오래 전부터 믿고 쓰는 확실한 카드가 있다. ‘다용도 수비수’ 장현수(25·광저우 푸리)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할 올림픽대표팀의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유력 후보이기도 한 그는 체코 원정에서도 제 몫을 했다. 왼쪽 풀백으로 배치돼 체코의 공격 루트를 적극 차단했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수비수, 오른쪽 풀백으로 번갈아 기용되며 평균 이상의 플레이를 해온 장현수의 ‘멀티 본능’을 다시 한 번 슈틸리케 감독은 믿었고, 나름 합격점을 받았다. 스페인전에서 저조한 플레이를 펼친 그로서도 얼마간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그러나 대표팀에나, 선수 개인에게나 마냥 기분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오른쪽 풀백으로는 브라질월드컵에 나선 이용(30·상주상무)을 배치해 대안을 찾았지만, 왼쪽 풀백은 여전히 취약 포지션이다. 부진한 유럽파로 인해 2011년부터 이어진 ‘포스트 이영표’ 찾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더욱이 장현수도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붙박이’는 아니다. 무난함 이상을 바랄 수 없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딜레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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