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은 대표팀 명단을 정할 때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큰 가치를 둔다. 2014년 10월 한국 사령탑을 맡은 이후 변함없이 지켜온 원칙이다.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될 정도의 선수라면 이름값이나, 소속팀의 명성, 그리고 소속리그의 수준보다도 자신의 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은 ‘슈틸리케호’에 승선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제1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과 체코를 상대로 한 유럽 원정 2연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 붙박이 멤버였던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을 과감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청용은 2015∼2016시즌 불과 13경기에 출전했고, 시즌 막판에는 교체 멤버로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청용뿐 아니라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가 유럽 원정 명단에서 빠진 것도 소속팀에서 두드러진 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1-6 참패로 끝난 1일(한국시간) 스페인전에서도, 2-1 승리를 거둔 5일 체코전에서도 ‘슈틸리케의 조건’이 왜 중요한지 재확인됐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윤석영(찰턴)은 스페인전에서 왼쪽 수비수로 뛰었지만 기대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토트넘)도 마찬가지였다.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손흥민은 불규직한 출전과 기용방식의 후유증 탓인지 스페인전과 체코전에서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부진했다.
이들과 달리 스페인전에서 한국의 유일한 골을 뽑은 주세종(FC서울)과 체코전에서 멋진 프리킥 선제골을 터트린 윤빛가람(옌볜 푸더) 등은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바탕으로 대표팀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짧은 기간 소집돼 평가전을 마치면 곧바로 다시 해산되는 대표팀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곳이 아니라 경기력을 과시하는 곳임이 여실히 입증된 유럽 원정 2여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