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이다. 데뷔 첫 시즌 세인트루이스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오승환(34)의 이야기다. 오승환은 7일까지 29경기에 등판해 30과 3분의 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76으로 팀의 ‘믿을맨’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내고 있다. 특급 마무리 트레버 로즌솔(평균자책점 3.32) 등을 제치고 팀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올 시즌 30이닝 이상을 던진 메이저리그 전체 구원투수들과 비교해보면 오승환의 우수함은 더욱 두드러진다. 평균자책점은 물론 탈삼진(42개)에서도 오승환은 1위다. 콘택트율(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렀을 때 투수의 공을 방망이에 얼마나 맞히는지를 보여주는 비율)도 61.8%로 가장 낮다. 출전 경기 수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도 2위다. 시즌 전 메이저리그 통계 시스템 ZiPS가 예상한 올 시즌 성적(43이닝에 평균자책점 3.07, 탈삼진 49개)을 한참 뛰어넘을 기세다.
압도적인 투구의 비결은 단연 슬라이더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스에 따르면 오승환은 7일까지 전체 투구 506개 중 23.5%인 119개를 슬라이더로 던졌다. 리그 전체 투수(14.9%)보다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이 크게 높다. 높은 비중만큼이나 성적도 좋았다. 오승환이 던진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0.061로 패스트볼(0.190), 체인지업(0.250)보다 크게 낮았다. 슬라이더로 잡은 삼진만 16개다. 슬라이더의 콘택트율은 47.7%로 모든 구종 중 가장 낮았다.
오승환표 슬라이더의 강점은 속도다. 오승환의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은 85.1마일로 리그 평균(84마일)을 앞선다. 오승환의 전매특허인 묵직한 직구의 평균 구속(92.3마일)이 리그 평균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슬라이더의 비교 우위가 드러난다.
강한 악력을 이용해 공을 찍어 누르는 식으로 회전을 거는 오승환의 스타일이 공인구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분석도 있다. 실밥이 상대적으로 덜 도드라지고 표면에 진흙을 발라 미끄러움을 방지한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오승환의 슬라이더 구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승환은 시즌 초부터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대한 만족감을 여러 차례 나타냈다.
한편 시애틀의 이대호(34), 피츠버그의 강정호(29), 볼티모어의 김현수(28)는 모두 7일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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