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슬라이스 때문에 고민이 깊은 골퍼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립 점검이다.
그립은 손과 유일하게 접촉되는 부분이다. 그만큼 올바르게 잡는 것과 잘못 잡았을 때의 차이가 확실하다. 그러나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립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심한 슬라이스로 고생하는 골퍼의 그립을 보면 대부분 양손에 힘을 많이 주고, 오른손이 왼손 쪽으로 돌아가 있다. 또 몸을 왼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여 잡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는 백스윙 때 어깨의 회전을 방해하고, 클럽의 자연스러운 진행을 어렵게 만든다. 또 백스윙 톱에서 손목이 꺾이는 실수를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다운스윙 때는 클럽이 늦게 떨어지면서 페이스가 열린 상태로 공을 때려 슬라이스가 발생하게 된다.
슬라이스 퇴치에 효과적인 그립은 손목의 사용을 조금 더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트롱 그립이다.
먼저 왼손으로 그립을 쥔다. 그립을 쥘 때는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을 더 많이 이용한다. 새끼손가락부터 중지의 첫 마디, 검지의 중간 마디에 걸쳐 놓으면 손목 사용이 자유로워지는 효과가 있다. 그 상태에서 살며시 그립을 쥔다. 강도는 손 안에서 클럽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쥐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임팩트 때 클럽 페이스가 오픈 되는 현상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오른손의 위치도 중요하다. 오른손을 되도록 몸의 중앙에 위치시키는 것이 좋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엄지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몸의 중앙이 아닌 오른쪽 어깨선과 일직선을 이루도록 살짝 기울여 준다.
오른손에 가해지는 힘도 중요하다. 지나치게 많은 힘이 전달되면 자연스러운 스윙을 방해하게 된다. 강하게 쥐면 손목의 꺾임에 제한을 주고, 클럽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약하게 잡으면 스윙을 하는 도중 클럽이 돌아가는 위험이 있다. 가장 약한 단계를 1, 강한 단계를 10이라고 가정할 때, 5∼7정도의 힘을 가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오른손으로 그립을 잡을 때는 엄지와 검지에만 힘을 주고 나머지 손가락과 손바닥은 클럽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만 쥐는 것이 좋다. 도움말 | 프로골퍼 김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