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동명(28·사진)은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1회 비거리 120m짜리 중월 2점홈런을 터뜨렸다. 2007년 삼성의 지명을 받아 프로로 온 이래 꼬박 10년이 걸린 김동명의 1군 데뷔 첫 홈런이었다. 2-0에서 4-0으로 달아나며 기선을 잡는 영양가 만점 홈런이기도 했다. 김동명 스스로도 kt의 10-2 대승 직후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틀이 흐르는 사이, 김동명은 홈런의 여운에 마냥 빠져있지 않았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오히려 누군가를 걱정하는 눈치였다는 전언이다.
그 이유는 홈런을 친 상대투수가 하필이면 이준형(23)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준형은 2012년 삼성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이때부터 둘은 삼성 2군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서로를 알았다. 둘의 인연은 2013시즌이 끝난 뒤, 운명처럼 각별해졌다. 김동명이 신생구단 kt의 특별지명을 받아 삼성을 떠났는데, 이준형 역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의 지명을 받았다. 2014시즌 출범한 kt에서 두 선수는 함께 꿈을 키워갔다.
그런데 퓨처스리그를 거쳐 1군에 진입한 kt가 첫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kt는 2015년 4월 유망주 투수 이준형을 LG에 내주고, 포수 윤요섭과 내야수 박용근을 영입했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끝난 듯했다. 그런데 이준형이 올 시즌 LG에서 2승(5패)을 거두며 선발로 성장 중이고,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한 김동명도 기회를 얻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둘의 희비를 가르는 홈런이 터진 것이다.
김동명이 홈런의 기쁨과 이준형을 향한 미안함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었다. kt 구단은 김동명의 홈런볼을 챙겨줬다. 김동명의 인생 속에 이준형은 더욱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