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달러’ ML 계약금 ‘달콤살벌한 유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9일 05시 45분


부산고 윤성빈. 사진제공|부산고
부산고 윤성빈. 사진제공|부산고
■ 한국인 빅리거 활약에 ML 스카우트, 고교 유망주 다시 눈독

부산고 윤성빈 벌써 계약금 제안 소문
100만달러, 치열한 마이너 경쟁 의미
류제국 이후 한명도 빅리그 데뷔못해
‘검증된 KBO리그 선수들 ML행’ 대세

‘달콤하지만 위험한 유혹의 100만 달러.’ 미국 메이저리그(ML)가 다시 한국 고교생 유망주를 주목하고 있다. 시카고 컵스는 지난해 장충고 외야수 권광민에게 120만 달러(약 14억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한해 전인 2014년에는 야탑고 유격수 박효준이 116만 달러를 받고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올해는 부산고 에이스 윤성빈(사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100만 달러의 입단 계약금을 제안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한 에이전트는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에 이어 박병호(미네소타), 이대호(시애틀), 오승환(세인트루이스)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국내 고교생들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유망주에게 100만 달러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는 상징적인 액수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신인 중 최고 계약금은 삼성 최충연으로, 2억 8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고교투수 첫 손가락에 꼽혔던 최충연과 LG 김대현(계약금 2억7000만원) 등이 미국 진출을 결심했다면 100만 달러, 약 11억5000만원을 받고 태평양을 건널 수 있었다. 액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만 그들은 한국에 남았다.

모든 야구 선수의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좀 더 빨리 도전을 선택할지, 아니면 KBO리그에서 최고가 된 후 태평양을 건널지의 선택은 개인의 권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100만 달러가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올라가는 길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00만 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받은 많은 주인공들도 마이너리그에서 금전적인 궁핍함을 경험하고 있다.

최희섭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999년 시카고 컵스와 120만 달러에 계약했다. 환율과 물가를 반영하면 현재가치로 200만 달러가 넘는 돈이다. 최 위원은 “지금 다시 1999년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을 거다. 단 한 경기라도 좋으니 빅리그 경기에서 뛰고 싶은 마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생활은 굉장히 힘들었다. 4년 동안 한국에 돌아가지 않았다. 한 달에 1000달러를 벌지 못할 때도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먹고 자고 하라고 계약금을 많이 주는구나’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되돌아 봤다.

고교생 ML도전 ‘성공확률 1%’한 유명 에이전트는 익명을 전제로 “최근 국내 에이전트들의 흐름은 (고교유망주와) KBO리그 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함께 하는 쪽으로 많이 변화되고 있다. 솔직히 1%의 성공확률을 보고 고교생에게 졸업 후 곧장 미국 도전을 권유해야할지 지금도 고민이 많다. 15년 전 100만 달러와 지금 100만 달러는 큰차이가 있다. 서재응, 김병헌, 김선우, 최희섭급이라면 지금 300만에서 400만달러는 받아야 한다”며 “계약금이 중요한 이유는 마이너리그 기간 생활비가 필요한 것도 있지만 막상 미국에 가면 300만 달러씩 받고 입단한 중남미 최고 유망주,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입단해 거의 완성된 선수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더 높은 계약금을 받아야 핵심 유망주로 분류 된다”고 말했다.

KBO리그 대부분 팀은 핵심 유망주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전문 트레이너와 전담 코치를 붙여 세심한 지도를 통해 육성 프로그램을 밟게 해준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에서 단계적으로 경쟁을 통해 상위 리그로 올라서야 한다. 1990년대 박찬호, 서재응, 김병헌 등 1세대들은 고액 계약금을 받은 특급 유망주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회가 더 많았다.

국내 고교생으로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한 투수 중 류제국(2001년 시카고 컵스 입단)이후 단 한명도 빅 리그에 데뷔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KBO리그 출신은 임창용, 류현진,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야수 역시 추신수가 활약하고 있지만 KBO리그 출신 비중이 훨씬 높아지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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