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우찬(29)은 7일 잠실 LG전에서 선발등판해 7이닝 2실점하며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덕분에 삼성은 연패를 끊었고, 5강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1승보다 더 빛났던 것은 따로 있었다.
차우찬은 4월 중순 가래톳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회복은 예상보다 길어져 49일 만에야 1군에 복귀했다. 그는 복귀 첫 경기였던 1일 고척 넥센전에서 5이닝 5실점하면서 흔들렸지만, 두 번째 경기 만에 위력적인 투구를 펼치며 승리를 거뒀다.
차우찬의 승리가 더욱 값졌던 이유는 ‘115구의 투혼’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우찬은 6회까지 100개의 공을 던졌지만 7회에도 자청해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경기 후 “6회 끝나고 코치님께서 바꿔주시려고 했는데 내가 ‘더 던지고 싶다’고 해서 올라갔다”며 “주자를 내보내면 교체하는 것으로 하고 나갔는데 다행히 120구 안에서 1이닝을 막아냈다”고 귀띔했다.
차우찬이 공을 더 던지려고 했던 이유는 고생하고 있는 팀 동료들을 위해서였다. 그는 “지금 불펜들이 너무 힘드니까 선발로서 긴 이닝을 소화하고 싶었다”며 “6~7이닝은 버텨야한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120구까지는 괜찮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삼성으로서도 차우찬의 역투가 꼭 필요한 시점이었다. 올 시즌 KBO리그 최강이던 삼성 마운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팀 방어율만 봐도 최하위인 한화 다음으로 좋지 않다. 선발투수, 구원투수 할 것 없이 5점대의 높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투수 앨런 웹스터와 콜린 벨레스터 대체용병으로 온 아놀드 레온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확실한 선발카드인 차우찬 윤성환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불펜 과부하는 피할 수 없었다. 안지만 대신 마무리로 뛰고 있는 심창민만 해도 최근 3경기에서 5.2이닝 동안 100구가 넘는 공을 던졌다. 8일에는 선발로 등판한 정인욱이 2.2이닝 6실점하며 조기강판돼 3회부터 불펜이 가동됐다.
차우찬은 이러한 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느 때보다 힘껏 공을 던진 것이다. 그는 앞으로 4일 휴식 후 12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나서야하지만 “괜찮다. 푹 쉬어서 힘이 넘친다”며 웃어보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차우찬이 에이스답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사실 4일 쉬고 선발등판해야 해서 투구수를 고민했는데 지금 불펜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선발이 길게 던져줘야 했다. (차)우찬이가 7이닝 소화해주면서 팀이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공을 높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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