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에서 전무까지 오른 두산 김태룡 단장…승진 인사 배경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9일 15시 32분


프로야구 두산 김태룡 단장(57)은 8일 잠실구장 사무실에서 운전기사 면접을 했다. 기사 딸린 차량 제공은 최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뒤 달라진 변화 가운데 하나다.

야구 선수 출신으로 구단 프런트 밑바닥에서 출발해 전무까지 오른 경우는 김 단장이 처음이다. 1960년대 강타자였던 김응룡 전 프로야구 삼성 사장은 프런트 직원 경력은 없다. 이번 승진 인사의 배경은 김 단장의 풍부한 현장 경험, 선수단과의 소통,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 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선수로는 실패한 인생이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이 자리까지 오게 돼 큰 영광이다. 후배 야구인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주인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야구 기술자를 인정해 주신 것 같아 감사드린다. 지방 출장이 잦다며 타고 다닐 차종까지 직접 결정해주실 만큼 깊은 관심을 보였다.”

김 단장은 학창 시절 촉망 받던 야구선수였다. 부산 동성중 시절 NC 김경문, LG 양상문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그는 부산고 3학년 때인 1978년 청룡기에서 타격왕에 올랐다. 당시 타율(0.412)은 아직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아대 2학년 때 무리하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숟가락도 못 들 정도로 어깨를 심하게 다쳐 야구를 포기했다. 대학 졸업 후 1983년부터 7년 동안 롯데 스카우트로 일한 그는 야구장에서 뒤치다꺼리만 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무작정 상경해 선배가 하는 중동 오퍼상 회사에서 일했다. 그래도 마음의 고향 같은 야구장을 가슴 속에서 지울 수는 없었다. 김 단장은 “송충이가 솔잎을 찾듯 늘 야구에 마음이 가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마침 운명처럼 OB(현 두산)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1991년부터 OB에서 7년 동안 주무로 일하며 선수 관리, 홍보, 숙소 예약, 카운슬러 등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야구장을 지키느라 1년에 200일 이상 집을 비웠던 그는 2011년 단장에 선임됐다. 주무, 운영팀장, 단장으로 두산의 3차례 우승을 지켜본 김 단장은 독학으로 익힌 일본어가 수준급이다. 일본의 선진 야구를 배우고 일본 야구와의 네트워크를 키울 목적이었다. “부산에서는 일본 야구 라디오 중계를 들을 수 있었다. 야구를 관두고 나서 야구를 더 공부했다.”

김 단장은 “프런트와 선수단은 승리를 향해 한 배를 탄 존재다. 발전을 위한 조언은 할 수 있어도 입김이나 지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올 시즌 두산은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김 단장은 “2013년 준우승 이후 세대교체에 힘을 쏟고 선수층을 두껍게 키운 덕분이다. 김태형 감독이 너무 잘하고 있다. 주전 빼고 경기 치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적절한 휴식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백업 멤버들도 다들 잘 한다”고 칭찬했다. 부상에 따른 아픈 기억이 있기에 선수들의 치료나 재활 등은 김 단장이 유별나게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틈만 나면 2군 훈련장을 찾는 김 단장은 “어린 선수들이 나를 아버지라고 부를 때도 있다. 선수들에게 자상하고 편하게 대해주려 한다. 두산을 최고의 명문구단, 강팀으로 만드는 데만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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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김태룡 전무. 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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