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은 “현재 윤성환과 차우찬은 길게 던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실상 둘이 마운드를 짊어지는 모양새다. 외국인투수 2명 모두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졌다. 선발뿐만 아니라 앞선 경기에 낼 필승조 불펜도 안지만과 심창민뿐이다. 이들에게 걸리는 과부하를 최소화하려면,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나온 날 최대한 긴 이닝을 막아줘야만 한다.
차우찬은 개막 후 3경기 만에 가래톳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4월 1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48일 동안 전열에서 이탈해 있었다. 복귀전이던 6월 1일 고척 넥센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차우찬은 화요일과 일요일, 2회 등판하는 로테이션에서 2승을 모두 책임지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7일 잠실 LG전 7이닝 2실점 승리 땐 6회까지 100구를 던졌음에도 자청해서 7회에 올라 115구를 던졌다. 통상적으로 화요일과 일요일, 두 차례 로테이션을 돌게 되는 경우 화요일에는 무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차우찬은 열악한 팀 사정을 고려해 희생하며 코칭스태프의 짐을 덜어줬다.
4일 쉬고 마운드에 오른 12일 광주 KIA전. 차우찬은 또 다시 짐을 덜어줬다. 7.1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면서 9안타(1홈런 포함) 2볼넷 5탈삼진 5실점(4자책)했다. 실점이 다소 많았으나 올 시즌 개인 최다 이닝을 기록했다. 시즌 3승(3패)째. 팀은 10-7로 승리하며 6월 들어 처음 연승을 달렸다.
동료들도 차우찬의 승리를 도왔다. 차우찬은 2회말 수비 실책과 연속 볼넷으로 허용한 무사만루 위기에서 3실점했으나, 팀 타선이 3회초 곧바로 3-3 동점을 만들어줬다. 이범호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리드를 뺏겼으나, 7회 팀이 4점을 몰아치며 승리요건을 갖췄다. 10-4로 점수차가 벌어진 7회 1사 후 김주찬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마운드를 내려갔다. 2번째 투수 임대한이 차우찬이 남겨둔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면서 실점은 5점으로 늘어났다.
경기 후 차우찬은 “실점이 많아서 조금 아쉬운 경기였다. 나가는 경기마다 이기고 싶다고 했었는데 오늘처럼 팀이 연승을 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7이닝까지 버티면 어떻게든 찬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침 타자들이 대량득점을 해줘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마지막에 마무리를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게 다소 아쉽다. 경기를 하면서 이닝을 치를수록 흥도 나고 좋아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항상 경기 초반을 어떻게든 잘 넘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