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장충 장호 테니스코트’입니다. 서울 중구 남산 자락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한국 테니스의 성지(聖地)라고 부릅니다. 한국 테니스를 빛낸 스타라면 누구나 거쳐 간 마음의 고향이며 생활 체육의 살아 있는 현장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몇 년 째 깊은 상처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절을 맞았습니다. 9개 면의 코트 중 6개 면의 바닥에는 심한 균열이 생겨 대회는커녕 레슨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며칠 전 운동하러 온 한 주한 외교사절은 “부상 우려까지 있다. 몇 번 시정 요청을 했는데 안 되더라”고 말하더군요. 관중석과 주변 시설도 낙후됐습니다.
저는 1971년 고 장호 홍종문 테니스협회장이 3000여만 원을 들여 지은 뒤 서울시에 기부하면서 세상의 빛을 봤습니다. 테니스협회는 기부에 따른 무상 사용권리로 2008년까지 사용하다 2009년부터는 서울시가 사용 및 수익 허가를 입찰에 부쳤습니다. 3년 전 코오롱 스포렉스가 연간 2억3000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운영권을 땄습니다. 대기업으로 운영업자가 바뀌어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방치했습니다. 9월 말 국내 최고의 주니어 대회인 장호배 60주년 대회가 열리는 데 제대로 치르기 불가능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처음 테니스장을 만든 장호재단이나 테니스협회가 예전처럼 운영권을 확보해 공익목적으로 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호재단은 서울시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서울시가 5억원 여의 예산을 확보해 코트 공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무쪼록 새 단장한 얼굴로 선수, 동호인들과 재회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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