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건 1998년부터다. 2016년까지 총 312명의 외국인선수가 국내무대에서 뛰었다.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영입에 관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각 팀마다 기준을 정립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선수를 뽑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적응’이 꼽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세계가 한국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야구는 발전을 거듭했고, 선수들의 기량도 세계 어느 국가와 붙어도 빠지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웬만한 외국인선수로는 버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된 선수를 데려오기 시작했고, 몸값도 상승했다. 그러나 아무리 빼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도 ‘적응’을 하지 못하면 짐을 싸 고국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외국인선수들에게 한국은 낯선 곳이다. 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문화, 생활패턴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다. 야구도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들을 지탱해주는 힘이 있다. 아들 혹은 형제들을 위해 기꺼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방문하는 가족들이다.
NC 에릭 테임즈에게는 어머니가 특별한 존재다. 그는 올 시즌 초반만 해도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어머니가 한국을 찾으면서 테임즈의 타격그래프는 무섭게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성적으로도 드러났다. 어머니가 떠난 5월말까지 약 보름 동안 테임즈는 타율 4할에 무려 8홈런을 때려냈다. 홈런을 치면 구장을 찾은 어머니를 향해 세리머니를 하며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화 윌린 로사리오도 언제 어디든지 함께 하는 이복형 모이세스 파비안이 큰 힘이다. 형은 로사리오의 타석마다 덕아웃 근처에서 수첩에 기록을 적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수첩에 적힌 내용은 특별한 것도 없었지만 동생을 향해 무한애정을 보내며 정신적 지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LG 루이스 히메네스의 가족도 한 달 정도 한국에 머물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두 아이를 모두 한국에서 출산한 KIA 브렛 필도 늘 함께 하는 가족이 소중한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