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남자복식은 올림픽에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12년의 간극을 두고 금메달을 땄다. 박주봉-김문수 조가 금빛 스타트를 끊은 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김동문과 하태권이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러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이용대(28·삼성전기)와 유연성(30·수원시청)이 새로운 영광을 꿈꾸고 있다.
박주봉과 김문수, 김동문과 하태권이 당대 세계 최고의 콤비였듯 이용대와 유연성 역시 2년 넘게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6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두 선수는 “올림픽까지 50일 남았는데 하루가 정말 소중하다. 코트에서 털 끝 만큼의 후회도 남기지 않고 싶다. 부상 관리와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13년 10월부터 짝이 된 이용대와 유연성은 국제대회에서 20번 가까이 정상에 오르며 최적의 조합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유연성은 최고 시속 300km에 이르는 강력한 스매싱을 앞세운 공격력이 좋고, 이용대는 감각적인 수비와 네트 플레이가 뛰어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딴 뒤 ‘윙크 세리머니’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용대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정재성과 출전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 받았지만 긴장감에 시달리며 4강에서 패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용대는 “3회 연속 연속 나서는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무대가 될 것 같다. 4년 전 경험을 거울삼아 멋지게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연성은 “예전에는 용대 위주의 플레이가 많았는데 요즘 내가 전위에서 공격에 가담하거나 용대가 후위에서 다양한 패턴으로 공격하는 등 전술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대와 유연성은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냈기에 더 든든해 보인다. 2014년 이용대가 도핑테스트 회피 혐의로 출전정지 징계에 휘말리는 홍역을 치렀지만 두 선수는 어려움을 극복한 뒤 탄탄한 팀워크를 갖게 됐다. 이용대는 “코트에서 의지할 사람은 연성이 형뿐”이라고 고마워했다. 유연성 역시 “우리 둘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라이벌로는 세계 2위 세티아완-아산 조(인도네시아)가 꼽힌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주위의 기대가 크고, 올림픽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다 보니 부담감을 떨쳐내고 평소 실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표팀은 안동대와 순천향대 교수진의 도움으로 심리팀과 의료팀을 구성했다. 어깨, 발목 등 근력을 키우는 데 치중하면서 전문 멘탈 트레이너와의 면담으로 평정심과 정신력 강화 훈련도 반복할 계획이다.
혼합복식 세계 2위 고성현(김천시청)-김하나(삼성전기) 조도 리우 올림픽 우승 후보로 꼽힌다. 남자단식 손완호(김천시청)와 여자단식 성지현(MG새마을금고)도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대표팀은 다음달 24일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한 뒤 8월 5일 결전지인 리우에 입성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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