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릴의 스타드 피에르 모루아에서 15일(한국시간) 벌어진 유로2016 조별리그 B조 러시아-슬로바키아전. 1골·1도움을 올린 마렉 함식(29·나폴리)의 활약에 힘입어 슬로바키아가 2-1로 이겼다. 슬로바키아는 웨일스에 당한 패배를 딛고 일어나 1승1패로 16강 진출 희망을 되살린 반면, 이번 대회 내내 극성팬들의 폭력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러시아는 1무1패로 탈락 위기에 놓였다.
이날도 릴에선 난동이 벌어져 축제의 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프랑스 경찰은 러시아인 6명과 기차에서 술을 마시고 말썽을 부린 5명을 포함해 총 1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릴은 러시아와 슬로바키아의 팬들뿐 아니라, 다음날 인근 랑스에서 열릴 잉글랜드-웨일스의 라이벌전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팬들로 북적거리는 상태였다. 결국 우려했던 사건이 또 터져 유로2016을 멍들게 했다. 릴 당국은 3일간 길거리에서 알코올 금지 규정을 만들고 술을 파는 상점을 일찍 문 닫게 하거나, 술집에서도 주류 판매를 제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훌리건들 탓에 무용지물이 됐다.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은 12일 잉글랜드-러시아전에서 빚어진 폭력사태 이후 동일한 사태가 벌어지면 잉글랜드와 러시아의 유로대회 출전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릴의 난동은 경기장 안이 아닌 밖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실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이제 경기장 현장에선 응원하기조차 두려운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통신원도 현지인들로부터 “위험하니 혼자 다니지 말고 되도록이면 숙소에서 지내라”는 조언을 들었다. 어린 아이나 여자, 노인 등은 사고가 날까봐 잔뜩 경계하고 있다. 웨일스전을 앞둔 잉글랜드대표팀의 주장 웨인 루니(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로이 호지슨(69) 감독도 동영상을 통해 팬들에게 “응원하러 와준 것은 감사하며 큰 힘이 된다. 그러나 누군가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고, 우리도 대회에 오래 남고 싶다. 티켓이 없으면 오지 말고, 위험한 상황에 연루되지 마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프랑스 경찰이 과도하게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버풀 공격수로 활약했던 스탠 콜리모어는 영국의 인기 라디오 방송 취재를 위해 프랑스로 건너온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프랑스 현지 분위기와 소식을 수시로 올리고 있다. 릴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가던 도중 갑자기 프랑스 경찰이 쏜 최루가스에 당황한 그는 SNS에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난동을 부리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