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78번째 ‘슈퍼매치’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한 그야말로 ‘명품매치’였다. 양 팀 벤치와 선수들은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승리를 다퉜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오랜만에 슈퍼매치가 주는 흥분과 감동에 흠뻑 빠져들었다. 비록 승패는 갈리지 않았지만, 모두가 승자였다.
● 4만7899명, 역대 9번째 최다관중이 뿜어낸 열기
FC서울과 수원삼성이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5라운드 맞대결을 펼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킥오프 2시간 전부터 관중이 몰려들었다. 4월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시즌 첫 슈퍼매치 때는 2만8109명이 입장했지만, 이번에는 시즌 최다인 4만7899명이 상암벌을 찾았다. 서울과 수원의 입장권 정책이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고 5만명 가까운 구름관중의 의미는 남달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2층 스탠드까지 가득 메운 팬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들썩였다. K리그 역대 최다관중 9위의 기록이 작성됐다.
● 빼어난 경기력으로 화답한 선수들
서울이 시즌 초반부터 전북현대와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수원은 9위로 처져있는 등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러나 ‘싱거운 슈퍼매치가 될 것’이란 전망은 빗나갔다. 라이벌전인 만큼 순위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거듭됐다. 서울 아드리아노는 후반 29분 페널티킥(PK)을 얻어낸 뒤 직접 키커로 나서서 수원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도 맥없이 주저앉지 않았다. 7분 뒤 곽희주가 염기훈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어 서울 골문을 열었다. 시즌 첫 맞대결과 똑같은 1-1 무승부. 그러나 열기와 경기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혼신의 힘을 다한 양 팀 22명의 선수들 모두는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슈퍼매치 통산 전적에선 32승19무27패로 수원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 최용수 감독 “슈퍼매치는 역시 명품매치”
수원 서정원 감독은 아드리아노에게 PK를 내준 장면에서 심판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경기 후 서 감독은 “(강하게 어필할 만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며 재차 아쉬움을 드러낸 뒤 “원정경기였지만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에서 후반 막판 실점을 허용해 이길 경기를 비기거나, 비길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잦았던 서 감독은 모처럼 뒷심을 발휘해 동점골을 터트린 데 대해선 “비록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오늘을 계기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홈팀 서울은 동점골을 내준 뒤 끝까지 승점 3을 챙기기 위해 공격적 플레이를 펼치는 등 시종일관 승리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수원이 올 시즌 2번째로 쓰리백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이를 깨기 위해 총공세로 나섰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이기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결과를 떠나 수많은 관중 앞에서 슈퍼매치는 역시 명품매치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