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09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해 1군선수도 아닌 정식선수가 되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그 사이 방출위기도 겪었고, 야구선수에게 치명적인 입스(yips·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불안증세)로 인해 한동안 공을 던지지 못한 적도 있다. 그러나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흘린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일념 하나로 훈련에만 매달렸다. 노력은 2016시즌 빛을 보고 있다. 치열한 외야경쟁에서 살아남았고, 팀 승리에 중요한 안타를 치는 타자로 성장했다. 채은성은 “난 아직 주전선수도 아니고 지금보다 더 잘 해야 한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팀 내 그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채은성은 효천고 시절 공을 맞히는 재주가 조금 있었을 뿐, 프로 지명은 언감생심이었던 평범한 선수였다. 그러나 2008년 제38회 봉황대기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그를 유심히 지켜본 이가 당시 LG 스카우트였던 현 넥센 염경엽 감독이었다. 염 감독은 채은성에게 테스트 없이 ‘연습생’으로 입단을 권유했고, 그렇게 쌍둥이군단과 인연을 맺었다.
프로 입단은 성공했지만 그건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포지션 경쟁이 치열했고, 일본 오키나와캠프에서 사실상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때 채은성의 타격재능을 알아봤던 서용빈 타격코치가 포지션 변경을 권유했다. 팀에서 무조건 살아남아야했던 그는 주저하지 않고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포수에게 치명적인 입스가 찾아왔다. 3군(재활군)까지 내려간 그는 처음으로 야구를 포기하고 싶었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던 채은성을 잡아준 것은 그의 성실함을 알아봤던 스승들이었다. 입스를 극복할 수 있게 몇 달 간 매일 같이 아침 7시에 구장에 나와 몇 백 개씩 공을 던지는 훈련을 함께 한 최원호 현 SBS해설위원, 현역으로 군대에 가있는 동안 전화를 걸어 “돌아와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불어넣어준 장광호 현 SK 배터리코치, 타격에 눈을 뜨게 해준 신경식 2군 타격코치, 1군 무대에서, 그것도 주전으로 출장 기회를 준 LG 양상문 감독까지…. 채은성은 스승들의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연구하고, 지독하게 훈련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그는 “운 좋게 기회를 얻어서 1군에 있지만 아직 난 주전선수가 아니다. 풀타임도 처음이고, 안 좋을 때 이겨내는 법이라든지 배워야할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기회를 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잘 해야 한다. 그게 코치님들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