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장기적으로는 옳은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도로 롯데’다. 조원우 감독 취임 이후 팀 분위기는 많이 진중해졌다. 그러나 과거 롯데가 답습했던 야구와의 차별화는 요원하다.
선수 개개인의 성적은 빼어나지만 롯데야구는 여전히 승부처에서 약하고, 연승의 큰 흐름을 타지 못한다. 수비 등 디테일에서도 인상적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선발야구마저 안 된다. 여기다 손승락(34), 윤길현(33) 투수 2명 영입에만 1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던 불펜진은 효용성이 떨어진다.
18일까지 롯데의 팀 세이브는 11개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마무리 손승락을 아꼈기 때문이라고 봐줄 수 있겠지만 그만큼 세이브 기회가 팀에 좀처럼 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손승락이 18일 덜컥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17일 훈련을 하다 발목을 삐었다. 고관절 부상에서 회복한 셋업맨 윤길현이 1군에 가세하자마자 손승락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제 롯데는 윤길현을 임시 마무리로 쓸 예정이다. 이러면 중간계투진이 다시 헐거워진다.
롯데는 100억원 이상을 들여 손승락, 윤길현을 사왔는데 거의 그냥 내주다시피 했던 정재훈(두산), 김승회(SK)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불펜강화에 저 돈을 들인 것이 합리적 판단이었나’라는 근본적 의문에 다시 부딪힌다. FA 투수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롯데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다. 롯데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박석민(NC)에게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고, 오재원(두산)에게는 아주 소극적이었다.
결국 득점력이 처지면 불펜의 위력은 반감되고 부담은 커진다. 롯데처럼 디테일이 약한 야구를 하는 팀이라면 박빙승부가 더욱 힘겹다. 당분간 최악의 상황에서 뜻밖의 반전을 일으키는 롯데 특유의 의외성에 요행을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