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범경기가 한창이던 올 3월, 대구 친구가 맛집이라며 소개한 음식점에서 뜻밖의 선수들과 마주쳤다. LG의 히메네스와 소사였다. 둘은 태연하게 인사하더니 음식이 잘못 나왔다며 대뜸 파스타 한 접시를 내밀었다. “손도 안 댄 거예요.”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하려는데 점원이 말했다. “외국인 손님이 다 하고 가셨어요.” 히메네스였다.
히메네스의 친화력은 국내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 중 최고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팀원들의 응원가를 부르고, 실수한 동료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어깨를 두드려 준다. 안타를 치고 나가면 상대 팀 수비수들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다. 심판들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는다.
LG 더그아웃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도 히메네스다. 그는 17일 박재욱의 프로데뷔 첫 안타 공을 줍더니 관중석으로 던져버려 신인 박재욱을 ‘멘붕’에 빠뜨렸다. 물론 그가 관중석에 던진 공은 다른 공이었다. 첫 안타 공은 코치에게 이미 맡긴 뒤였다. 히메네스는 “(박재욱이) 속으로 저 미친 자식이 내 소중한 공을 던졌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치고 베이스에 서있는데 에릭 하이버, 앨버트 푸홀스가 더그아웃에서 방방 뛰면서 제 시선을 끌더니 (첫 안타)공을 팬한테 던져버렸어요. 물론 속임수였죠”라며 웃었다.
눈 옆에 V자를 그리는 히메네스의 홈런 세레머니는 LG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모습 중 하나다. 20일까지 17홈런을 기록 중인 히메네스는 타이론 우즈(전 두산) 이후 18년 만의 ‘잠실 홈런왕’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19일에는 20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NC 테임즈가 갖고 있는 외국인 선수 최다 연속안타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히메네스는 19일 발표된 나눔 올스타 3루수 팬투표 중간 집계에서 NC 박석민을 9만여 표 차로 추격중이다. 한때 2군에 내려갔었던 지난해 7월의 모습과 비교하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하지만 히메네스는 자신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럽다. “왜 모두들 지난 시즌과 차이를 묻는지 모르겠어요. 작년에 저는 미국에서 두 달 넘게 벤치에만 있다가 딱 이맘 때 팀에 합류했잖아요. 팀도, 저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를 잘 했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처음부터 함께해 더 편할 뿐이고요.”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 히메네스도 우울할 때가 있다. 팀이 질 때다. 그의 목표는 매번 같다. 팀 승리다. “이기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우리(선수들)가 야구장에 있는 이유잖아요.” 그는 특히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 코프랜드의 등판 때마다 실수를 많이 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벌써 (실책) 다섯 개했어요. 너무 미안하다고 했죠.”
얼마 전 그를 응원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의 부인과 아들은 다음주 고국으로 돌아간다. 둘째 딸 출산을 위해서다. 가족을 더 이상 못 봐 서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히메네스는 그답게 받아쳤다. “전혀요. 야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도 다 내 가족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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