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떠난 둥지, 황새가 날아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2일 03시 00분


FC서울 최용수 감독, 中장쑤와 계약… 연봉 총액 70억원 파격 제안 받은듯
서울, 유럽 연수받았던 황선홍감독 영입… 황 감독, 29일 성남전부터 지휘봉

프로축구 FC서울의 지휘봉을 놓게 된 최용수 감독(왼쪽)과 신임 황선홍 감독. 동아일보DB
프로축구 FC서울의 지휘봉을 놓게 된 최용수 감독(왼쪽)과 신임 황선홍 감독. 동아일보DB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서울의 지휘봉이 최용수 감독(43)에서 황선홍 감독(48)으로 넘겨졌다.

서울은 21일 “황선홍 감독과 2018년까지 2년 6개월간 계약을 맺었다. 최용수 감독은 중국 장쑤 쑤닝의 감독으로 취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2위를 달리고 있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과 축구협회(FA)컵 16강에 올라 있다. 최다 3관왕까지 노리며 순항 중인 최 감독이 시즌 도중에 장쑤행을 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특히 최 감독은 지난해 7월에도 장쑤로부터 계약 기간 2년 6개월에 총액 50억 원(연봉 20억 원)의 파격적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한창 시즌 중인 팀을 생각해 거절했었다.

서울 관계자에 따르면 최 감독은 2주 전 장쑤로부터 공식적인 영입 제안을 받았다. 이달 초 사령탑이 공석이 된 장쑤는 지난해처럼 적극적 구애를 펼쳤다. 서울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보강을 위해서 한 해 1000억 원가량을 투자하는 장쑤가 팀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최 감독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 구단은 최 감독과 몇 차례 거취에 대해 논의했고, 최 감독은 최종적으로 장쑤행을 결심했다. 서울 관계자는 “최 감독의 도전이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의 훌륭한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대승적 차원에서 장쑤행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한 번 감독직을 고사했던 팀의 제안을 다시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는 “최 감독이 최근 ACL에서 중국 팀들의 성장을 직접 지켜보면서 중국 축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계약 조건도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의 계약 기간은 2년, 연봉은 300만 달러(약 35억 원)로 지난해 장쑤가 제안한 조건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쑤는 이날 “최 감독은 다음 달 1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최 감독의 이적 결정에 따라 서울은 지난해까지 포항의 사령탑을 맡았던 황 감독과 16일부터 접촉했다. 다양한 전술을 연구하는 ‘학구파’로 유명한 황 감독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포항을 이끌면서 두 차례 FA컵 우승(2012, 2013년)과 K리그 우승(2013년)을 이뤄냈다. 지난해 말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며 지휘봉을 내려놓은 그는 유럽 축구 연수를 마친 뒤 유로 2016 경기를 보기 위해 프랑스에 있었다. 서울 관계자는 “황 감독이 영입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결국 ‘함께 멋있게 팀을 만들어 보자’고 답했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 온 대표적 스트라이커 출신인 최 감독과 황 감독은 서울에서 바통 터치를 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됐다. 황 감독이 포항 사령탑일 때 두 감독의 대결은 ‘독수리’(최 감독의 별명)와 ‘황새’(황 감독의 별명)의 대결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최 감독은 22일 안산과의 FA컵 16강전을 끝으로 서울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2011년 감독 대행으로 서울을 이끌기 시작한 최 감독은 K리그 우승(2012년), ACL 준우승(2013년), FA컵 우승(2015년) 등을 이뤄냈다.

신임 황 감독은 29일 K리그 클래식 성남과의 안방경기부터 서울 벤치를 지킬 예정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프로축구#k리그#최용수 감독#황선홍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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